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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봉 中企 옴부즈만 "황당 규제에 年 51조 드는데...소극행정 안타까워"

불합리한 中企규제 수두룩

소상공인·자영업 속 타는데

공무원은 절차·형식만 따져

국민 시각으로 봐야 규제 해소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한해 소요되는 규제 관련 비용이 51조원에 달합니다.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이런 규제 중에서도 풀 수 있는 게 많습니다. 기업 경영만 30년 하다가 들어선 공직 사회에 대한 느낌은 ‘간절함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기업인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데, ‘절차와 형식이 있다’며 난색을 표하더군요. 이런 문제들로 현장의 중소기업인들에게 제대로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박주봉(62)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20일 서울 관훈동 옴부즈만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임기 1년에 대한 소회를 “아쉽다”고 밝혔다. 박 옴부즈만은 민간의 잘못된·황당한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풀어달라며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하지만 공직 사회는 관행을 바꿀 수 없다며 그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일이 적지 않다.

박 옴부즈만은 “공직 사회는 우리의 활동을 귀찮다고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은 우리가 없으면 버팀목이 사라진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문제를 말할 때 그의 표정은 더욱 어두웠고, 공직사회에 대해서는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 했다.

중기 옴부즈만은 2009년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만들어진 독립적 기관이다. 불합리한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와 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정비한다. 이렇게 모든 부처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은 감사원 정도다.

박 옴부즈만은 30년간 기업(대주KC)을 경영하다가 민간의 목소리를 대표할 적임자로 평가돼 지난해 2월 옴부즈만(차관급) 자리에 올랐다. 그 동안 중기 옴부즈만은 2만3,073건의 규제애로를 처리했고 3,649건의 제도개선을 이뤘다. 이로 인한 규제비용만 7조 1,000억원 가량 절감됐다. 2015년 기준 규제비용은 50조 6,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박 옴부즈만은 이런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한 화장품 제조회사 대표를 만났다. 기능성 제품이었는데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품화를 못 시키고 있다. 외국 사례를 보니 화장품에 대한 허가가 상당히 빠르다. 국내는 기능성 제품이 많지 않다 보니 제도가 미흡하고 정부가 허가를 쉽게 못 내주고 있다.”



중기 옴부즈만에는 이런 민원이 쉴새 없이 쏟아진다. 전국 각지의 지방신고센터에서 들어오는 민원만 하루 10여건이다. 규제 해소를 위해 각 부처 전문가 30여명이 모인 기관이지만 이를 처리하기도 역부족이다. 현재 수백여건의 민원이 대기 중이다. 해결된 규제를 보면 황당한 경우가 많다. 전복종자는 ‘무게 5g’라는 규정 탓에 다른 수산물과 달리 재해보험 대상에서 빠져있었다. 전통주 제조자는 온라인에서 자사 전통주만 판매해야 했다. 창업 3~5년 차 기업은 외국인 채용이 금지됐었고, 학원 강사는 연령이나 생년월일까지 일반에 공개해야 했다. 심지어 장례식장에서 일반음식점 영업을 못하도록 한 규정도 있었다.

규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부처의 ‘핑퐁 게임’이 1순위로 꼽힌다. 예를 들어 정부는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 일반 국민에게 이롭다는 방향을 설정한다. 문제는 각 부처로 들어오면 환경부는 환경 규제를 만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에 맞게 규제 강도를 조절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서로 지향점이 달라 절충안을 찾기 어렵고 각 부처는 고유의 권한이라며 서로 지적하길 꺼린다. 이런 식으로 방치된 분야나 더욱 악화된 상황을 찾아 해결하는 게 중기 옴부즈만의 역할이다.

만일 좋은 규제라면 남겨둬야 할까. 박 옴부즈만은 “국회에서 법을 만들거나 부처별로 규제를 만들면 당장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또 다른 규제가 생기게 된다”며 “기업에 돈을 더 쓰게 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비용을 더 지우는 일이란 점이 중요하다. 기업 스스로 환경시설을 늘릴수록 기업의 제품원가는 오르고 제품 가격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경기가 어려워지자, 규제 해소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기 옴부즈만이 올해 중소기업 1,618곳을 대상으로 규제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개선됐다는 답변은 29.8%에 그쳤다.

박 옴부즈만은 공직 사회가 철저하게 국민의 시각으로 봐야 규제 해소의 답을 찾는다고 확신한다. 그동안 지역신용보증재단은 국세기본법상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세청 행정정보 제공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역신보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국민이 국세청 과세정보를 활용하려면 직접 세무서를 방문해야 했다. 박 옴부즈만은 “교통이 불편한 시골이나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정말 불편했던 절차”라며 “지역신보의 경우 연간 25만명이 이렇게 직접 방문해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박 옴부즈만은 현장에 한 발 더 다가간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겪고 있는 생활형 규제를 혁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난 17일 강북구청을 시작으로 앞으로 6주간 서울시 25개 전 자치구와 현장간담회를 연다.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서울은 기업경쟁이 치열하고 자영업자, 소기업 등의 경영 환경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에서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지자체도 문제 해결의 답을 찾기 쉽다. 중기 옴부즈만은 지난해 17개 시도별 현장토론회를 통해 229건의 규제를 발굴했다. 박 옴부즈만은 “최저임금, 근로시간으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졌다”며 “올해 규제개선율을 15%에서 20%까지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박 옴부즈만은 공직 사회에 ‘적극행정 면책건의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적극적인 규제 개선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있다면, 중기 옴브즈만이 해당 공무원의 징계에 대한 감경과 면제를 건의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하지만 현재까지 적용 사례는 단 4건에 불과할 만큼 공직 사회에서 활용되지 않고 있다. 박 옴부즈만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법을 광범위하게 해석해 달라’고 한 말을 잊지 못한다”며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면, 모든 장관은 우리가 건의한 규제개선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중기 옴부즈만의 ‘면책건의제’로 충분히 도울 수 있다”며 “일선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잘못된 규제가 바로잡힌다”고 강조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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