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밴드 ‘오아시스’ 출신의 보컬 노엘 갤러거는 20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방탄소년단(BTS)을 알지 못하고 K팝도 처음 듣는 단어라고 했다. 그는 BTS가 ‘제2의 비틀스’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의 보이그룹이라고 하자 놀라워하면서도 “한때는 오아시스 음악이 돈이 된다고 생각해 모두 그런 음악을 하려고 했고 아마 K팝도 지금 돈이 돼서 다들 하려는 것일 것”이라며 일침을 날렸다.
갤러거는 평소 직설적인 입담으로 유명하다. 이를 감안해도 다소 오만하게 비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는 세계 팝 음악계의 현실도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메이저 팝 음악신에는 상당히 끔찍한(dreadful) 음악들이 많다”며 “비욘세나 마돈나가 노래 부르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음악 자체만 놓고 보면 다르지 않게 느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은 K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음악 차트 역시 인디·싱어송라이터·밴드 등이 공존하기보다는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 획일화됐다. 물론 BTS를 필두로 K팝이 북미 주류 음악 시장에 편입되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어린 나이부터 트레이닝을 받은 K팝 아이돌 가수들은 수준 높은 노래와 춤 실력을 자랑한다.
다만 화려한 이면에는 ‘K팝=아이돌 음악’으로 한정된다는 씁쓸한 현실도 함께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당장 돈이 되는’ 아이돌이 아니면 데뷔 길이 거의 없다. 7080세대 가수들이나 싱어송라이터들은 신곡을 내도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TV조선 ‘미스트롯’이나 JTBC ‘슈퍼밴드’와 같은 프로그램의 탄생 자체가 그만큼 음악 시장의 다양성이 떨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수 윤종신은 ‘슈퍼밴드’ 제작발표회에서 “오죽하면 이렇게라도 밴드를 해보라고 판을 깔아주는 지경이 됐을까 싶다”며 “음악인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밴드 기획을 안 하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K팝은 이제 전 세계를 향해 화려하게 도약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아이돌 중심의 획일적인 K팝은 오래가기 힘들다. 더 오래, 멀리 가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모습의 K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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