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은 이번 개혁안이 ‘공룡 경찰’을 방지하면서 실질적인 경찰 독립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수사본부장에 변호사·교수 등 외부인사를 임명해 명실상부하게 외풍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국가수사본부의 인사를 청와대가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어 윗선의 눈치를 살피거나 정치적 외풍에 휩쓸릴 가능성은 여전하다. 청와대가 작심하고 친정부 인사를 본부장에 임명해 하명 사건을 내려보낸다면 또다시 ‘정권의 칼’ 역할을 할 우려가 크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어 국가수사본부까지 두 자루의 칼을 대통령과 정권이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국가수사본부가 경찰청 내 조직으로 활동하는 만큼 경찰청장과 개방직 본부장 간의 갈등도 그렇거니와 수사경찰의 애매한 위상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독립성 문제를 ‘옥상옥’으로 해결한다는 발상 자체가 실효성이 떨어질뿐더러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수사기관의 실질적인 독립성 담보 장치다. 이런 본질을 도외시한 채 조직을 이리저리 갖다 붙이고 기능을 조정하는 땜질 처방에 머무른다면 진정한 경찰 개혁은 요원할 뿐이다. 여권은 경찰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권력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개혁안을 내놓아도 국민의 폭넓은 신뢰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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