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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생 숫자 연연 말고 처우개선·직무교육 質 높여라"

[탐사S-무너지는 산학협력]

<하>유명무실 산학협력, 어떻게 해야 하나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현장실습생에게 월 145만원 이상 지급을 보장하는 모집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진용기자






“10년 가까이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정부지원에 굶주린 대학과 일자리 창출 명목 등으로 산학협력 사업을 만들었어야 했던 각 부처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습니다. 대학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사업이 교육부 외에도 여러 부처로 확산된 배경입니다. 각 대학 총장들은 비교적 예산 규모가 큰 산학 관련 사업을 따내면 현수막을 내걸고 자신의 치적으로 삼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교육부 산하기관 고위 관계자)

경상대 산학협력정책연구소와 2019 부처별 업무보고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산학협력 관련 예산은 약 3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엄청난 규모다. 문제는 이 같은 예산이 교육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별로 나뉘고 또 부처 안에서도 각 사업별로 나뉘어 중구난방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산학협력은 △인재양성 △기술이전 및 사업화 △창업 지원 △산학 공간 인프라 구축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기업과 학생의 관점에서 보면 산학협력의 핵심은 현장실습으로 대표되는 인력양성과 산학융합캠퍼스 등과 같은 공간 인프라 구축이다. 학생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산학협력을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현장서 배울수 있는 지식 전수

선택과 집중 통해 장기 지원을



◇중구난방 산학협력사업, 구조조정 시급=현재와 같은 난맥상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 산학협력이라는 명분 아래 여러 부처에서 각종 이유를 들어 대학과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개별 부처는 예산 등 제약이 크다 보니 산학융합지구 사례처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고 흉내만 내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부처 간 조율이 부재하다 보니 대학 측의 모럴해저드 행태도 확산된다는 지적이다. 산학융합지구·IPP일학습병행 사업에서 보듯 정부 사업을 우선 따내기만 하고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대학들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들은 타 부처의 산학협력 관련 다른 사업도 버젓이 따내고 있다. 실제 본 기획시리즈(탐사S:무너지는 산학협력(중) ‘헛도는 대학생 현장실습’ 본지 5월14일자) 기사에 소개된 목포대·한국교통대·가천대·강원대 등이 대학 최대 재정지원사업인 링크플러스에 최근 선정된 게 대표적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부처 사업을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했는지는 부처 간에 공유가 되지 않다 보니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중 최초로 총리가 주관하는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를 지난해 10월 발족했다. 산학연 협력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이 기구가 부처별로 중복된 업무를 파악 및 배분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별로 과감한 권한 이양과 구조조정까지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부처간 중구난방 사업 구조조정

산학연 정책기구에 권한 이양도

국책과제땐 가점·세액공제 등

참여 기업엔 인센티브 병행을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인센티브 구축=기업과 학생, 그리고 대학 간 자발적인 협력 문화가 정착하려면 기업에 합리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령 산학융합지구와 같은 산학 클러스터 사업은 기업들이 스스로 입주를 문의할 정도로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할 수 있는 풍부한 연구진과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확보하는 게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홍원기 포스텍 교수는 “세계 최대 규모로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 워털루대도 처음에 시작은 미미했지만 우수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기업들이 하나둘 모여 자연스럽게 클러스터가 형성됐다”며 “클러스터가 형성되면서 현장실습 역시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우리의 현장실습 역시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처럼 산학협력에 별다른 의지가 없는 영세기업에 대한 단순 임금 보조 방식으로는 학생의 참여를 이끌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기업들 역시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장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정부 국책과제 지원 시 가점을 주거나 캐나다처럼 세액공제 등을 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의 한 대학 IPP센터 팀장은 “엔지니어링 등 토목업체의 경우 현장실습 운영 여부가 조달청 사업자 선정 시 우대사항이다 보니 먼저 대학 측에 연락을 많이 해온다”며 “이러한 기업들일수록 실습으로 온 학생들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다”고 소개했다.

◇선택과 집중해서 충분히, 장기지원해야=미국 등 산학협력 선진국들도 기업과 대학의 협력이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단기간 실적을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관행 역시 재고될 필요가 있다.

먼저 현장실습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양적인 성과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질적인 평가 방식을 보완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장실습의 취지는 중소기업 취업 활성화가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는 고유한 직무 지식 습득에 있다. 이러한 근본 목적을 도외시한 채 각종 대학평가 시 현장실습 이수자 수만 고려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열정페이 현상이 해소될 수 없다. 공학한림원 관계자는 “현장실습생 수의 총량은 전체적으로 줄더라도 기업과 대학생 상호 간에 니즈가 있어 최저임금의 최소 70~80% 이상은 받으며 근무하는 사례가 확산되는 게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며 “이러한 우수 사례를 늘려나가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학 클러스터 조성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산학융합지구 사업처럼 단기간 내에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중단하면서 큰 차이점이 없는 유사 사업을 다른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앞다퉈 펼치는 것은 국가적 손실만 낳을 뿐이다. 실제 산학융합지구 외에도 지난해와 올해 사이 교육부 산단캠퍼스 사업, 중소벤처기업부 연구마을 사업 등에 대한 지원이 중단하면서 캠퍼스 내 산학협력 활동 역시 중단되는 악순환이 재연되는 게 현실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산학협력의 싹을 틔우고 있는 지역은 인내심을 갖고 지원을 이어가면 그간 쏟아부은 천문학적 금액이 매몰비용이 아닌 투자비용이 될 수 있다는 산학 전담 직원들의 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탐사기획팀=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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