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의 분식회계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구속된 안모 삼성바이오 대리,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및 보안선진화TF 소속 임직원들은 김앤장의 조력을 거부해왔다. 이와 더불어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 고위임원인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와 삼성전자 임원들도 김앤장 없이 개인이 고용한 변호사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19일 김 대표와 박문호(전 미래전략실 소속)·김홍경(사업지원TF 소속) 삼성전자 부사장을 불러 조사했고 김 대표는 사흘 연속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회사를 대리하는 로펌의 입회를 스스로 거부할 만큼 회계자료 인멸을 둘러싼 회사와 임직원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에 노트북 및 서버 수십 대를 은닉한 혐의로 구속된 안씨 등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주축이 돼 지시를 받은 대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업지원TF와 실무자들이 증거를 인멸했고 본인은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임원들 또한 사업지원TF의 ‘윗선’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상급자에게 책임소재를 떠넘기는 상황이 연출되다 보니 조직적 증거인멸을 입증하려는 검찰의 수사는 날개를 달게 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앤장이 ‘사측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급자를 대변하는 변호사가 입회하면 피조사자의 책임을 경감할 수 있는 진술을 하기 힘드니 피조사자들이 스스로 김앤장의 입회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관된 대응 없이 작성된 임직원들의 신문조서가 향후 재판에서도 삼성바이오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팀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하는 등 ‘지시의 근원’을 밝혀낼 방침이다. 앞서 구속기소된 양모 삼성에피스 상무의 공소장에는 양 상무가 ‘부회장 통화 결과’ ‘부회장 보고’ 폴더에 저장된 파일을 집중적으로 삭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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