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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여성 근로자, 혈액암 사망 위험 최대 3.7배 높아

안전보건공단, 10년간 역학조사 결과 발표

고재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가 백혈병, 비호치킨림프종(악성림프종) 등 혈액암에 걸려 사망할 위험이 일반 근로자보다 최대 3.7배 높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안전보건공단은 22일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공단 측은 지난 2009년부터 6개 기업의 반도체 사업장 9곳의 전현직 근로자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반도체 제조업 여성 근로자가 악성림프종에 걸릴 위험은 일반 국민의 1.71배였고 전체 근로자보다 1.92배 높았다. 사망 위험은 일반 국민의 2.52배, 전체 근로자의 3.68배였다. 백혈병 발생 위험은 일반 국민의 1.19배, 전체 노동자의 1.55배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를 위험은 일반 국민의 1.71배, 전체 노동자의 2.30배 높았다.



공단은 “혈액암 발생에 기여한 특정한 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여러 사항을 종합할 때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라인인 ‘클린룸’에서 작업하는 엔지니어와 오퍼레이터 등의 혈액암 발생과 사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의 혈액암 발생 비율이 높았다. 유해물질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시절인 10여년 이전에 입사한 여성 노동자의 혈액암 발생 비율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역학조사 대상이었던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는 위암, 유방암, 신장암과 피부흑색종을 포함한 일부 희귀암 발생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이에 대해서는 “반도체 근로자가 일반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암 검진을 받을 기회가 많아 위암 등이 발견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하고 희귀암의 경우 사례가 부족하므로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 공단은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의 작업환경 관리를 강화하고 노동자 건강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를 할 것을 제안했다. 공단은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를 설립해 반도체 제조업을 포함한 전자산업의 직무별 화학물질 노출 감시 시스템 등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이번 역학조사 결과는 국내 반도체 제조업의 암 발생 위험을 관리하고 능동적인 예방 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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