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노동법 개정 전에 비준하라며 정부가 선을 그은 ‘선 비준론’ 띄우기에 나섰다. 정부가 어렵다고 밝힌 105호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서라도 비준하라”고 강조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23일 “ILO 핵심협약은 우리가 이전부터 요구해왔던 것처럼 선 비준하라”며 “ILO 핵심협약 비준안을 먼저 국회에 보내고 동의를 구하면 (비준 후 법 개정 기간인) 1년 동안 충분히 노동법을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국회에서 법 개정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며 “선 비준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ILO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1년 안에 협약과 부딪히는 국내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가 비준을 추진하는 87호와 98호(결사의 자유), 29호(강제노동 금지)는 △해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 △파업 관련 업무 방해죄 적용 금지 등 노조의 권한 강화로 이어지게 돼 재계는 “선 비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105호 협약에 대한 비준도 요구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코리아 스탠더드에 끌어내리는 것”이라며 “ILO에 맞춰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5호는 정치적 견해 표명 등으로 부과되는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고용부는 국가보안법이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할 때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어 105호를 비준하면 이 역시 손질이 불가피해 비준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재계가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요구하고 있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를 ‘노조 공격권’으로 규정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에서 가시화하면 즉각적인 분노와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관계자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게 되면 노조단결권이 크게 강해진다”며 “경총의 요구는 파업에 대한 사업자의 정상적인 대응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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