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강제징용 피해 배상판결중재위원회를 요청하며 전방위 공세에 나선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23일(현지시간) 만났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을 계기로 진행된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에서 레이와(令和) 시대가 개막했는데 이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면서 “이를 계기로 한일관계도 현재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고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에 대해 “오늘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일본 기업의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한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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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측은 물밑에서 중재위 문제와 함께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가 최근 강제징용 피해 배상 소송의 원고 측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관계의 경색을 풀고 아베 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아베 정권이 한일갈등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데도 우리 정부가 정상 간 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축에 일본의 협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 아니라 북한의 단거리·중거리미사일 폐기까지 주장하며 비핵화 합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중러 간 밀착에 따른 미일동맹 강화로 제기된 ‘코리아 패싱’ 논란도 문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25~28일 일본을 국빈방문하는 데 이어 다음달 말에도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와 다시 만나 미일 우호관계를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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