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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통화보조금 경고 강건너 불 아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국가들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통화보조금(currency subsidies)’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수출국들에 알리는 것이라는 게 미국의 설명이다. 수출경쟁력을 높이려고 통화가치를 절하할 경우 관세를 통해 보복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인 셈이다.

상무부가 재무부와 협의를 거쳐 통화가치 절하에 대한 판정 기준을 만든다니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발표는 중국과의 무역갈등이 격화되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일차적인 표적은 중국일 공산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중국의 위안화 가치하락을 문제 삼아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환율조작을 중국의 불공정행위 중 하나로 간주하고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해왔다. 하지만 진전이 없자 관세와 연계하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미국의 표적이 중국만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중국 등 개별국가와의 환율협상이 여의치 않자 통화절하 방지를 미국의 자체 규정에 넣어 교역국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벌써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국가들이 잠재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아예 일본·인도·독일·스위스 등과 함께 한국을 대상으로 콕 집어 지목했다. 대미무역 흑자국이면서 미 재무부가 발간하는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과 더불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나라들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조치가 통화 저평가국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어떤 상품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잖아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우리 경제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해 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을 서두르기 바란다. 우리와 같은 처지인 나라들과의 공동대응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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