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각종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실업률도 낮아지며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여유를 느끼고 있지만, 막상 전체 40% 정도는 유사시 당장 필요한 400달러(47만6,000원) 남짓도 수중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8년 미국 가정의 경제적 웰빙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75%가 ‘경제적으로 괜찮다’ ‘여유 있는 편’이라고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이는 처음 조사가 시작된 2013년(60%)보다 15%포인트, 최근 2016년(71%)·2017년(73%) 대비로는 각각 4%·2%포인트 높은 것이다. 작년만큼의 상승세는 아니지만 꾸준히 경제적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11일부터 한 달간 미 성인 1만1,440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정 역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차량 수리나 가전제품 교체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필요한 경우 당장 400달러를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1%가 현금, 저축 또는 신용카드 결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관련기사
반면 응답자 27%는 돈을 빌리거나 무언가를 팔아야 가능하다고 답변했고, 12%는 전혀 해결방법이 없다고 했다. 또 집세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사용료,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처럼 매달 청구되는 일상적인 비용의 경우 17%가 청구된 금액 모두를 지불하진 못한다고 응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에 대해 “미국인 10명 중 6명 이상은 실직할 경우 대출을 받거나 자산을 팔아도 3개월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며 “호전되는 경기지표만 보면 불균형적으로 이익이 쏠린 부유층과 노동자들 사이 추세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성인 4명 중 1명은 최근 1년 새 비용 때문에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적이 있고, 응답자 40%는 아직도 갚지 못한 병원비가 있다고 했다. 노후 준비와 관련해선 25%가 노후를 위한 저축이나 연금이 전혀 없다고 답했고, 44%는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실제 이번 보고서 저자들도 “수년간의 경기 팽창과 낮은 실업률이 인종·교육·지역에 따른 경제적인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