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긴급조항 발동으로 의회 승인을 우회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무기를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유도무기와 전투기를 포함한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이에 반대해온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국무부 고위인사들이 70억달러(약 8조3,251억원) 규모의 무기수출을 의회가 막지 못하도록 이르면 며칠 내로 무기수출통제법(Arms Export Control Act)의 긴급조항을 발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통상 무기를 수출할 때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라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시급하다고 대통령이 판단할 경우 긴급조항을 발동해 의회 승인 없이 판매할 수 있다.
미 의회는 올해 초 예멘에서 사우디가 주도하는 군사작전으로 수천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지난해 10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초당적 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이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예멘반군 후티의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 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긴급조항 발동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보와 무기 판매를 통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줄곧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을 지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을 강행할 경우 의회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의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의원은 의회 승인을 우회하는 중동지역 무기수출의 세부사항을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외교위원회 소속인 밥 메넨데스(민주·뉴저지) 상원의원도 성명에서 “행정부가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면 그것을 무효화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입법 및 다른 수단을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랜드연구소의 중동 분석가인 달리아 다사케이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의 무기판매 추진은 의회는 물론 이란과의 긴장도 고조시킬 것”이라며 “이는 예멘 평화를 위한 노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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