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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역 1번출구]정말 독재단계? 나경원이 말한 '신(新)독재' 살펴보니..





“독재자의 후예”냐 “좌파독재”냐.

참 요즘 말들이 많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중 제일 큰 자유한국당과 ‘독재 프레임’ 전쟁을 한창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청와대와 민주당을 향해 “좌파독재”라고 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한국당을 겨냥해 “독재자의 후예”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에 얼마 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신(新)독재”라며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지난해 6월 14일 자 칼럼을 들고 나왔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주의의 쇠퇴(Democracy’s retreat)’에서 설명한 독재의 네 단계를 인용해 정부와 여당에 맹폭을 가했습니다.

5·18 기념식에서 악수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연합뉴스


해당 칼럼은 나 원내대표가 언급한 대로 민주주의가 독재로 진행되는 과정을 네 단계로 설명합니다. 그것은 △금융위기 등의 위기를 통해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집권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 등에 따른 국민들의 분노를 자신의 적(敵)에게 돌리고△자유로운 언론이나 법원 등 사법기구같이 독립적인 기구들을 무력화하고 △종국에는 권좌를 계속 유지(make it harder for voters to dislodge) 하기 위해 권력의 규칙을 바꾸는 것입니다.

나 원내대표는 네 번째 단계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시도하는 ‘선거법 개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지난 21일 “이코노미스트에서 ‘3단계까지는 그래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불러줄 수 있지만, 4단계에 이르면 도저히 민주주의 국가라고 불러줄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이코노미스트의 표현을 보면 정확히는 “처음 세 단계에서는 여전히 민주주의다. 마지막 단계의 특정 시점에서 민주주의는 멈춘다(At some point…it ceases to be one)”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와 의원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큰 틀에서는 틀린 게 없다. (전체 맥락을) 종합해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그의 말처럼 한국은 정말로 독재국가가 되고 있는 걸까요? 이 글을 읽는 몇몇 분은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경우 신독재가 진행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라마다 송도 호텔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위기, 헌법가치 수호’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우선 반대되는 지표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 부설 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18’을 보면 한국은 전년처럼 10점 만점에 8점을 받았습니다. 낮지 않은 점수죠? 전 세계적으로도 권위주의 확산에 따른 민주주의 퇴조 현상이 지난해에는 멈췄다는 게 EIU의 분석입니다.

전문가들도 한국이 신독재에 접어들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나 원내대표의 신독재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적폐청산→사법기구 및 언론장악→선거제 개정의 단계가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후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말한 것처럼 민주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해 독재를 한다는 논리죠. 그러나 민주당이 현재 독재를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선거제 개편이 이뤄지더라도 민주당의 의석수는 줄어들고, 소수정당들의 의석수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진곤 경희대 정치학과 전 객원교수는 이해찬 대표의 ‘260석’ 발언에 대해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생각”이라면서 “중요한 건 제도가 어떻게 돼 있느냐”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 상황이 이코노미스트 칼럼의 내용과 오버랩 되는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독재화 단계라고 얘기하긴 어렵다”면서 “민주평화당이 개헌과 함께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만큼 개헌과 함께 선거제가 개정되면 민주당의 의석수는 줄어들고 제3당들의 의석수가 증가하게 된다”고 생각을 밝혔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제3당들의 의석수 증가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신 교수는 “평화당과 정의당은 범여권이라고 불린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선거제 개정으로 민주당이 범여권 당들의 도움을 받아 원내 1당의 지위를 누린다는 추론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독재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면서 “(독재 의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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