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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別나라 맛보기 여행] <14>열강에 끼인 카프카스 3국-아르메니아

노아의 방주 정착했다는 '성서의 땅'

서울 면적 1.5배 이르는 '세반호' 인기

외국인에 호의적·저렴한 물가도 매력





기독교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나라는 어디일까? 통상 313년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내린 밀라노 칙령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10년 앞서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나라가 아르메니아다. 경상도 만한 크기(29,800㎢)로 구소련 연방 가운데 가장 작은 나라지만 전체 인구 326만 여명 중 94% 이상이 기독교(사도교라고도 불리는 아르메니아 정교)를 믿는다. 노아의 방주가 마지막으로 정착했다는 ‘성서의 땅’ 아르메니아는 국토의 90%가 1,000m 이상의 산악지대로 평균고도 1,800m에 이른다. 넓은 영토가 고원에 분포돼있는데 구약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이 바로 이곳이라 전해지기도 한다. 조지아와 마찬가지로 이웃 강대국들로부터 부침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들도 강인한 고대 부족 ‘아르멘스(Armens) 족’의 후예다운 정신력으로 민족 정체성을 지켜냈다.





180일간 무비자로 체류 가능한 아르메니아는 외국인 여행객에 호의적이고 상냥한 편이라고 한다. 인종혐오 범죄도 드물고 비교적 치안이 안전한 나라라고 전해진다. 화폐 단위로는 드람(AMD)을 쓰는데 이는 ‘돈’이라는 의미로 아랍권의 디르함과 그리스 드라크마와 어원이 같다. 1드람은 대략 2.31원(2019년 1월 기준)이다.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탓에 일반인 월급이 30만원가량에 불과하다. 그만큼 저렴한 물가로 현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모스크바·두바이·도하·이스탄불 등을 1회 경유하는 다양한 항공편이 있다. 러시아·에미레이트·카타르항공 등을 비롯한 외항사와 대한항공이 운항 중이다. 조지아와 마찬가지로 한진관광 등을 통해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카프카스산맥 1,000m 고지 남부고원에 자리잡은 수도 예레반은 원래 요새로 지어진 도시였다. /사진제공=아르메니아관광청


수도 예레반은 원래 요새로 지어진 도시였다. 카프카스산맥 1,000m 고지 남부고원에 자리 잡은 이곳은 훗날 교통의 요지이자 교역 도시로 번성했지만 강대국 터키와 러시아 침략에 시달렸다. 특히 1915년 1차대전 당시 이슬람국가 오스만제국에 의해 150만 명 이상이 학살된 아픈 역사도 있다. 그럼에도 해외 동포들이 합심해 조국과 민족의 얼을 지켜냈다. 도시 이름 예레반의 어원은 예레바츠로 ‘찾아냈다’는 뜻이다. 대홍수 이후 노아가 땅을 발견하고 외쳤다는 데서 유래됐다. 아르메니아인들이 예레반을 ‘인류의 첫 번째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다.

2016년 아르메니아를 찾은 프란치스코(오른쪽) 교황이 에치미아진 대성당에서 아르메니아 정교회 총대주교 카레킨 2세가 집전한 미사에 참여했다. 교황은 아르메니아를 방문해 1915년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언급하고 추모관을 찾아 헌화하기도 했다. 이에 터키 정부가 공식 항의한 바 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303년에 지어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등재된 에치미아진 대성당. /사진제공=롯데관광


예레반에서 20km 거리엔 ‘예수가 강림한 곳’이란 뜻을 가진 에치미아진이 있다. 에치미아진엔 대성당(마더 성당)이 있는데 이 성당에 아르메니아 정교회 수장 가톨리코스(총대주교)가 살고 있다. 303년에 세워진 이 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다는 롱기누스의 창과 노아의 방주 파편을 전시하고 있다. 물론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르메니아인들은 성물로 여기며 신성시한다.

카이안 요새의 일부로 조성된 아흐파트 수도원./사진제공=KRT여행사


아르메니아는 ‘평화를 모르는 나라’라고 불릴 만큼 이 땅엔 침략과 고난의 역사가 짙게 배어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흐파트 수도원 역시 카이안 요새의 일부로 세워졌다. 약 25년에 걸쳐 991년 완공된 이곳은 세월만큼이나 빼어난 축조술과 내구도를 자랑한다. 몇 차례의 지진·셀주크 투르크와 몽골의 방화에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일부 파괴된 부분도 있었지만 보수를 반복해 바로 잡았다. 비잔틴과 카프카스 양식이 어우러져 이뤄낸 조형미도 일품이다. 화려한 유럽의 다른 수도원과는 달리 절제된 내부는 경건함을 더해준다.

아르메니아엔 바다가 없지만 서울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세반호가 온국민의 사랑을 받는다./사진제공=KRT여행사


내륙국가 아르메니아에서 바다처럼 여기며 아끼는 호수가 세반호다. 해발고도 1,900m가 넘는 고원에 있고 면적은 940㎢로 대략 서울의 1.5배에 이른다. 그나마 1930년대 관개·용수개발 등으로 수량이 줄어든 게 이 정도. 원래 면적은 1,420㎢였다니 대단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또 길이 역시 78km에 달한다. 세반호는 노아의 방주가 멈췄다는 아라라트 산과 함께 아르메니아 민족의 상징으로 통한다. /김태원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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