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향하던 검찰의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25일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김 대표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진행한 뒤 이날 오전1시30분께 김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작년 5월5일 회의의 소집과 참석 경위, 회의 진행 경과, 그 후 이뤄진 증거인멸 내지 은닉행위의 진행 과정, 김 대표의 직책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교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 대표를 포함한 삼성 수뇌부가 공휴일인 어린이날이었던 작년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모여 검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의심해왔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검찰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의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은폐·조작하는 과정을 총괄적으로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김 대표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의 구속영장은 각각 발부했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모·박모 부사장은 앞서 증거인멸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를 지휘한 윗선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김 대표의 신병을 확보에 실패하면서 윗선 규명을 향한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핵심 사안들에 관여하거나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삼성에피스가 작년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삭제한 ‘부회장 통화결과’ 및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내 파일 2,100여개 중 상당수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복원해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폴더명의 ‘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앞으로 분식회계 의혹이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규명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이자 사업지원TF 팀장인 정현호 사장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소환조사도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적인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한 기각사유를 분석하여 영장 재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대적인 증거인멸을 하면서까지 분식회계 의혹을 덮으려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가 관건”이라며 “분식회계와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의 연관성을 규명하는데 검찰 수사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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