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실 근무자 A씨)“지금 이 시간부로 현 상황을 ‘관심’에서 최고등급인 ‘심각(Red)’단계로 상향합니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전산이 마비되도 수작업으로 분류하면 항공기 이륙에는 지장이 없는거 확실합니까?”
(상황실 근무자A씨)“야간에도 수작업으로 여객기에 적재할 수 있는 비상대응 체계가 가동되기 때문에 전혀 문제 없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9시32분께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한복판에 위치한 수하물운영센터(BOC).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BOC 근무자 간에 긴박한 대화가 한참동안 오갔다. 비상대책본부장 자격으로 참석한 구 사장의 최종 지시가 떨어지자 대기 중이던 직원 55명이 활주로 내 덤핑분류장으로 긴급 투입됐다. 잠시 후 전산 마비로 뒤엉킨 수하물 백여개가 덤핑분류장 바닥으로 쏟아졌다. 숙련된 직원들이 순식간에 달라붙어 수작업으로 분류를 마무리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영화에서나 볼 법 만한 인천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스템(BHS) 전산장애 상황을 가정한 긴급대처 훈련 모습이다. BHS는 인천국제공항 이용객들의 수하물을 여객터미널에서 항공기까지 자동으로 운반해주는 공항의 중요 보안시설물 중 하나다. 활주로 지하에 설치된 컨베이어벨트 길이만 130㎞로 수하물 꼬리표(tag)에 부착된 바코드를 분석해 20분이면 승객이 탑승할 여객기 앞까지 배달된다. 이날 훈련은 인천국제공항 수하물 시스템 장애가 2시간 이상 지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이뤄졌다. 실제로 이같은 상황이 연출될 경우 항공기 운항 지연 등으로 공항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백정선 인천국제공항공사 운항서비스본부장은 “2시간 이상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항공기 수백대의 이륙이 지연되고, 수하물이 다른 항공기에 실려 오·도착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화물 시스템 오류 대응 훈련은 이날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인천국제공항이 2016년 1월 ‘수하물 대란’을 겪은 지 3년 만이다. 당시 BHS 오류로 수화물 5,200여개가 뒤섞여 항공기에 탑재되지 못하면서 항공기 160여편의 출발이 10시간 이상 지연됐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래 역대 최악의 사건이었다.
공사는 수하물 대란 이후 BHS 비상상황 대응 훈련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야간 근무 인력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시스템 안정성을 위한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공사의 BHS는 세계적으로 평가 받는다. 인천국제공항의 BHS가 전 세계 공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다.
연간 6,000만개에 달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수하물처리량 중 지각수하물은 100만개당 3개꼴에 불과하다. 세계 공항 평균(100만개당 111개꼴)의 37분의 1 수준이다. 구 사장은 “각종 상황을 가정한 비상훈련을 한 해 평균 160여차례 진행하고 있다”며 “이날 처음 훈련과정을 외부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공항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공항 내 또 다른 핵심시설인 여객터미널에서 탑승동까지 운행하는 셔틀트레인(IAT) 내 화재 발생 대응훈련도 함께 진행했다. 승객들이 탄 열차 내에서 화재가 시작돼 화재진압, 피해자 이송까지 5분 안에 모든 상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훈련에 참석한 구 사장은 “항공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는 인식 아래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비상상황에 완벽히 대응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무결점 공항운영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영종도=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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