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형 K2 전차가 42개월 만에 새로운 심장을 달았다. 5월 27일 오후 2시, 현대로템 창원공장. K2 전차 2차 양산분 출고를 기념하는 테이프 커팅과 동시에 파워팩이 돌아갔다. 독일제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을 장착한 1차 양산(100대)의 마지막 출고식이 있었던 지난 2015년 1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열린 출고식. 국산 엔진의 가동 소리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마침 쏟아지는 폭우를 보며 방산생산기술팀 김명근 부장은 “오랜만의 비바람이 출고 지연을 겪었던 K2 전차의 아픈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다”며 “비 온 뒤 땅이 굳어지고 미세 먼지가 걷히듯이 K2 전차의 앞날에 서광이 비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로템이 이날 출고한 전차는 2차 양산분 2대. 당초 2016년부터 납품될 예정이었으나 엔진과 함께 파워팩을 구성하는 국산 변속기의 성능 미달로 차제 완성이 지연되다 초도분 출고식을 가졌다. 현대 로템은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을 장착한 2차 양산분 106대를 2021년까지 군에 납품할 예정이다. 이미 변속기를 제외하고는 59대를 완성한 마당이어서 납품일정이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출고식에 앞서 둘러 본 현대로템 창원공장에는 차분하지만 활력이 넘쳤다. 크게 4개 부문의 방산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덕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K1 전차와 K1A1 전차의 창정비와 부분 개량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해온 상황. 현대로템은 물론 1·2차 협력사들도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차륜형 장갑차 양산이 본격화하며 바닥을 벗어났다. 장갑차 생산라인은 오는 2025년까지 기본형과 지휘형 대공포형 주문이 밀린 상태다. 육군과 해병대 기동화 계획에 따른 추가 생산 가능성도 남아 있다.
평소에는 비무장지대(DMZ) 등의 지뢰 제거에 활용되고 비상시에는 기계화부대의 선두에서 지뢰지대에 안정 통로를 개척하는 장애물개척전차도 최근 양산이 결정됐다. 이미 협력업체에 부품 발주 요청이 나갔다. 여기에 K2 전차까지 생산이 재개돼 현대로템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다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고속열차와 방산 창정비에 머물던 사업 영역이 늘어나 급한 불을 껐지만 2020년대 중반 이후 내수 수요 고갈 상태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안정적 경영 여건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이건용 대표는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을 펼쳐 모처럼의 활력을 새로운 도약의 기반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과 현대로템의 핵심 고위인사들은 이날 출고식 참석을 마치자마자 공황으로 달렸다. 해외 수출 상담을 위해서다.
/창원=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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