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과 협의 중이고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죠.”
지난주 통일부 정례브리핑에서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추진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판에 박힌 답변이 돌아왔다.
언제쯤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있을까. 북한과 미국 정상 간 하노이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지 벌써 석달가량이 흘렀건만 800만달러의 대북 식량 지원 공여 외에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통일부의 움직임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북한과의 교류협력 사업이 필연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섣불리 나섰다가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나 한미공조 균열에 대한 비난에 시달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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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남북 교류협력의 주무부처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할 통일부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에 대한 타미플루 지원이다.
통일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난해 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한 타미플루 대북 지원 방침을 세우고도 국제사회와 협의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며 그해 겨울을 지냈다. 통일부는 수개월이 지나서야 북한에 타미플루를 지원한다는 의사를 타진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북미 간의 기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이 부담스러웠지만 전염병 예방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라는 확실한 명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통일부는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냈다.
통일부는 이달 초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식량 지원을 공식화했지만 타미플루 지원 때처럼 또 손에 잡히지 않는 여론 수렴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5~6월 가뭄이 예보된 만큼 북한 주민들이 받을 고통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통일부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난관을 헤쳐나가려는 적극 행정이 통일부에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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