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설립 73년 동안 한국인 여성 교수가 전무한 서울대 경제학부가 ‘금녀의 벽’을 깨기 위한 재도전에 나선다.
28일 서울대에 따르면 경제학부는 최근 국내외 여성 인재를 교수로 뽑기 위한 지원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학부 측은 조만간 후보군을 간추려 내년 신학기 전에 첫 여성 교수를 최종 임용할 계획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측의 첫 여성 교수 임용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5월 학부 측은 정은이 미국 일리노이대 조교수를 첫 여성 교수로 낙점해 채용하려 했으나 올 1학기 개강을 앞두고 임용이 무산됐다.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지난 2013년 8월부터 일리노이대 경제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던 정 교수는 지난해 5월 교수 채용이 확정됐으나 개인 사정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스스로 임용 신청을 취소했다. 결국 경제학부는 교수 정원 1명을 비워둔 채 올 1학기를 맞았다.
서울대 학칙 등에 따르면 각 학부는 교수 정원에 결원이 발생할 경우 네 학기 내에 새로운 교수를 뽑아야 한다. 지난해 6월 정 교수의 신규 임용이 결정될 당시는 4학기 중 마지막 학기였다. 다만 서울대는 해외 거주 교수들에게는 임용 결정 후 최대 1년간 유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정 교수는 6개월 유예했다가 개인 사정으로 올 2월 최종적으로 임용 철회를 신청한 것이다. 이로써 경제학부는 정 교수의 임용 철회로 네 학기가 지나 규칙상 교수를 새로 뽑을 수 없지만 대학본부와 논의한 끝에 다시 신임 교수 물색에 나섰다.
지난해 신임 교수 모집 당시 학부 측은 여성 교수에 대한 장벽이 높다는 지적에 지원자를 여성으로만 제한해 채용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경제학부는 1946년 학과 설립 후 2009~2014년 중국인 손시팡 교수를 제외하고는 여교수가 강단에 선 적이 없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 10명 중 3명은 여학생이다. 그러나 전임교원 38명 모두 남성 교수다. 서울대 관계자는 “반드시 여성을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성평등과 다양성 등을 고려해 여성 교수를 우선 채용하려 한다”며 “조만간 후보군을 추려 훌륭한 여성 경제학자를 모실 것”이라며 말했다./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