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옛날 이야기는 언제나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이야기가 산업이 되는 시대.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전해주는 옛날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일상사는 물론 기업과 국가 정부에 이르기까지 스토리텔링이 대세가 되었다. 이야기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조선시대의 야담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는 강의가 열렸다. 지난 28일 대신고에서 열린 안나미(사진) 박사의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조선의 재미있는 이야기 야담(野談)이 그것. 고인돌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생애 주기별 인문학 프로젝트로 2013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7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는 중고등학교를 찾아가는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에 집중하기 위해 40여개의 프로그램을 특별히 기획했다. 이번 강좌는 종로도서관이 지역학교에 인문학 강좌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했다.
안 박사는 이날 ‘점치는 이야기-점술과 운명’을 주제로 강의를 풀어나갔다. 거북이 등껍질의 갈라지는 모양을 보고 점을 쳤다는 ‘갑골문(甲骨文)’ 을 비롯해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기 위해 읽었던 ‘주역(周易’) 등 옛 시대의 점치는 법에 대해 설명한 후 조선시대의 야담을 소개하면서 강의를 이어나갔다. 그는 “조선시대의 유명한 점술가의 에피소드를 비롯해 점술로 사기를 친 사람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면서 “옛 사람들은 점을 치면서 현실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를 살펴보고 운명을 받아들이거나 개척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알아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안 박사는 조선 중기 시각장애 점술가 홍계관의 에피소드로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며 성장해나간다는 과정을 학생들에게 전했다. 그는 “홍계관은 유복자로 태어나 시각장애라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에게 찾아온 우연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점술을 삶의 방편으로 삼았다”면서 “우연한 기회를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올바른 스승을 찾아가 스승보다 더 훌륭한 점술가로 성장했다는 대목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쳐 알렸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점”이라고 설명했다. 방과 후에 모인 학생들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정도로 스쳐 지나지 않았다. 학생들은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운명에 대한 고민이 있는 오늘날에도 옛이야기가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총 3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부자되는 이야기-경제, 2강. 신기하고 웃기는 이야기-귀신·해학·풍자, 3강. 점치는 이야기-점술과 운명 등으로 진행됐다.
한편, 제 7기 고인돌 프로그램은 7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인문학의 기본 학문인 문학·역사·철학(文·史·哲)을 바탕으로 미술·음악·건축·과학·경제학·심리학 등으로 주제를 확장해 오는 11월까지 인문학 강연을 펼쳐나갈 예정이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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