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EU 집행위원회가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이탈리아 재정평가에서 EU가 규정한 재정적자 한도 위반으로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많고 공공부채 역시 과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EU와 구조적 적자를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6% 축소하기로 합의했지만 EU는 이탈리아가 합의안 기준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 방송을 통해 “EU의 재정 규정이 재정적자 한도를 규정하는 방식이 아닌 실업률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수정돼야 한다”며 EU의 정책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는 이어 “EU의 지출 한도는 낡고 쓸모없다”며 “차기 예산안을 마련할 때 EU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EU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살비니 부총리가 이처럼 EU에 다시 반기를 든 것은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그가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이 전체 투표의 34.3%를 얻어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오랜 기간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해온 살비니 부총리가 지난해 EU에 무릎을 꿇었지만 EU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살비니 부총리 역시 “(이번 선거에서) 이탈리아 국민들은 전례 없는 고용불안과 실업 문제를 건설적으로 다시 논의할 수 있는 완벽한 권한을 나와 정부에 부여했다”며 EU와의 충돌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극우세력이 EU의 권위에 노골적으로 도전하고 있지만 EU는 주요 국가들이 권력 약화 또는 공백으로 레임덕에 빠지면서 한목소리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EU는 1, 2위 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구심점 역할을 하며 회원국들의 공조를 이끌었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레임덕에 빠진 가운데 EU 리더십의 주도권을 노리는 프랑스가 독일과 갈등구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EU 균열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당장 테리사 메이 총리의 사퇴가 예고된 영국은 선거 이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로 인한 정국 혼란이 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재협상은 없다’는 EU의 반복된 엄포에도 EU와의 합의안을 다시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영국 내에서 일고 있다.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을 체결한 메이 총리가 사퇴하는 만큼 논란이 있었던 ‘안전장치(backstop)’ 문제 등을 EU와 다시 협상하자는 것이다. 특히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록적 패배를 맛본 집권 보수당이 EU와의 합의안 수정이 실패할 경우 ‘노딜’을 감수하고라도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굳히고 있어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파가 EU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정 붕괴로 총리가 불신임 축출된 오스트리아 역시 권력에 공백이 생기며 혼란을 겪고 있으며 유럽의회 선거 참패로 오는 7월7일 조기선거를 치르는 그리스도 당분간 정국 혼란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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