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서 경찰 과잉진압 있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경찰과 해군 등이 반대 측 주민을 고의적으로 폭행하는 등 과잉진압하고 주민의 의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해군기지를 반대한 사람들이 겪은 국가기관의 부당행위에 대해 정부가 사과하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011년 이후 집중적으로 반대 측 주민들을 과잉진압했다. 같은 해 4월 제주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은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된 양모씨의 복부를 가격했다. 해당 경찰서 소속 다른 경찰은 반대 측 주민의 얼굴을 고의적으로 때리기도 했다. 진상조사위는 제주지방경찰청 차원에서 반대 집회에 강력 대응하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에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로 선정되는 과정도 불공정했다. 2007년 4월26일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강정마을 임시총회는 총회 전 소집공고와 안내방송 없이 진행돼 전체 주민 1,500여명 중 87명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해군은 당시 민박집을 운영하던 강정마을 회장에게 회의장소 이용료 명목으로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등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주민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 청와대와 국군사이버사령부·경찰청 등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관련 인터넷 댓글 활동을 펼친 사실도 확인됐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진상조사위의 한계로) 이번 조사에서 제주도 관계자들은 면담하지 못했고 제주도에서 자체적으로 진상을 조사한 자료도 보지 못했다”면서 “정부와 제주도 등에 부당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실시하고 다각적인 치유책을 추진할 것을 제시한다”고 말했다./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