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공동 설립자이자 미국 출판 업계 거물로 알려진 로버트 L 번스타인(사진)이 지난 27일(현지시간) 향년 96세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HRW 설립자로서 억압받는 이들의 자유를 위해 투쟁한 번스타인이 뉴욕 맨해튼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1923년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번스타인은 ‘출판 업계 거장’으로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그는 1966~1990년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최고경영자(CEO)로 재임하는 동안 회사 매출액을 4,000만달러에서 8억5,000만달러로 끌어올리며 세계 최대 출판그룹으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NYT 등 외신은 번스타인이 “고결하며 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찼다”고 평가했다.
출판사를 운영한 경력은 번스타인이 인권운동가로서 제2의 삶을 살게 한 계기가 됐다. 번스타인은 1970년대 미국 출판계를 대표해 옛 소비에트연방을 방문한 계기로 자국에서 책을 내지 못하는 동구권 작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이를 토대로 1978년 헬싱키워치·아메리카워치·아시아워치 등 세계 각지에 비영리 인권단체를 차렸으며 1988년 이 모든 단체를 HRW로 통합했다.
이후 번스타인은 1998년까지 HRW를 이끌며 세계 인권 사각지대의 실태를 고발했다. 국제사회로부터 인권수호 공로를 인정받은 HRW는 199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며 국제앰네스티와 함께 가장 권위 있는 인권단체로 성장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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