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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상속세 내려고 기업 팔아야 하는 기막힌 현실

정부가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틀을 손보지 않기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는 다음달 발표할 개편안에서 공제 대상을 매출액 3,000억원 미만으로 하고 공제한도는 500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10년간 고용·업종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요건은 7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동안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마저 대상 기업 매출액 기준을 5,000억원으로 올리고 공제한도도 늘리자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의 이런 판단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일부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이대로 확정된다면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부르는 것은 물론 근본적으로 기업가의 경영 의욕마저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우리의 상속세율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다. 상속금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세율이 50%인데 최대주주의 상속 지분에는 추가로 할증이 붙어 최고세율이 65%까지 높아진다. 재계에서 “가업 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한 세율”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는 3월에 별세한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그룹 지주회사격인 ㈜두산 지분 70만주를 팔았다. 구광모 LG 회장은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자회사 지분을 매각했다. 이런 일은 모두 상속세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으로 그룹 경영을 왜곡할 수 있다. 특히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칫 투기자본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대기업은 그래도 지분이건 자회사건 매각이라도 할 수 있으니 사정이 낫다. 중소기업은 팔고 싶어도 인수할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아예 회사를 매물로 내놓는 경우도 많다. 이 지경이 되면 정부가 기업활동을 장려하기는커녕 훼방을 놓는 셈이다.

최근 열린상속세제 개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상속이 ‘고용과 기술·경영의 대물림이자 제2의 창업’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속은 이제 부의 세습이 아니라 일자리와 국가 경쟁력 유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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