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외교·안보 투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미 행정부 내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이어 이번에는 국방부 수장인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이 가세, 내부전선이 더 복잡해졌다.
동남아시아를 방문 중인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29일(현지시간)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확실히 말하겠다. 이것들은 단거리 미사일들이었다.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발사가 유엔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볼턴 보좌관이 지난 25일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라고 규정,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26일 트윗과 27일 미일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이를 잇달아 반박했다. 볼턴 보좌관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으로 규정한 발사체를 ‘작은 무기들’이라고 평가절하하는가 하면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에 “견해를 달리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국빈 방문 중 동맹 및 핵심 참모와의 ‘간극 노출’을 감수하고 이처럼 미사일 발사 의미를 축소하며 내부 단속에 나선 와중에 섀너핸 장관 대행이 다시 한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CNN방송은 “섀너핸 대행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단절을 보여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반박하는 평가를 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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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데이비드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9일 두번째 발사와 관련, 언론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이후 섀너핸 대행은 발사체의 성격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대응을 해 왔다. 특히 섀너핸 대행이 전임 제임스 매티스 장관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지시 이행자’로 알려진 터라 엇박자를 보인 이날 발언에 더욱 관심이 쏠렷다. 그러나 섀너핸 대행은 자칫 내부 균열로 비칠 가능성을 경계하며 “불일치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일치돼 있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대북 비핵화 협상의 ‘키맨’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ABC방송은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입’이라 할 수 있는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틀 연속 북한의 발사와 관련해 원론적 발언을 내놓으며 논란을 피해가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섀너핸 장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국방부 소관이고 국방부에서 대응하도록 하겠다”라고 즉답을 피하며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은 유엔 제재위반”이라는 전날 코멘트를 되풀이하며 “우리는 여전히 외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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