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외국기업 등에 대해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만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상무부가 약 2주 전 화웨이와 계열사를 사실상 블랙리스트인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것에 따른 보복 조치로 보인다.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법률과 규칙에 근거해, 중국은 앞으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명단은 비상업적 목적으로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봉쇄 및 공급 중단 조치를 하거나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외국기업·조직·개인을 대상으로 한다. 상무부는 조만간 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가오 대변인은 “현재 세계 경제 발전에서 불확정적이고 불안정한 요소가 늘고 있다”면서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고, 다자무역제도가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외국 실체들이 비상업적 목적에서 정상적인 시장규칙과 계약 정신을 위배해 중국 기업들에 그러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오 대변인은 어느 국가나 기업을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외신은 이번 방침이 앞서 미 상무부가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고 타국에도 거래 제한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해석했다. DPA 통신은 중국의 이번 발표를 두고 ‘중국이 미국 스타일의 무역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애플과 나이키 등의 미국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도 화웨이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달 3~5일 영국을 방문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5세대(5G) 구축 사업과 관련해 화웨이의 장비를 배제하라고 직접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지난 15일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화웨이 장비 사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파나소닉·구글 등 다국적 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지만 영국은 아직 5G 분야에서 화웨이 제품 사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설득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