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발생 사흘째인 31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기상상태가 호전되면서 헝가리 당국의 수색·구조인력이 이른 시간부터 사고현장으로 속속 집결했다. 하지만 한국인 실종자 19명 중 추가 발견 소식은 이날 오후까지도 전해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뉴브강 위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유속이 시속 9~11㎞ 정도로 빠르고 수중 시야 확보도 어려워 선체 인양 및 수중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뉴브강의 수위 역시 5m를 넘었고 상류지역 호우 여부 등에 따라 6m를 넘나들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31일(한국시간) “헝가리 대테러청에서 잠수부를 투입해 선체 내부 수색작업을 개시할 예정”이라면서도 “상류에 비가 올 경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간 잠수 업체 다이빙아일랜드의 리처드 쇼프론 경영이사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선박 인양에 일주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국내 수중수색 전문가들도 사고지점의 수심이 3m에 불과하지만 잠수부가 섣불리 물속으로 들어갈 경우 떠내려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가족 지원과 수색작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고대응팀을 전일 39명에서 49명으로 늘렸다. 사고현장을 찾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통상부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조속한 선체 인양, 시신 유실 방지를 위한 노력, 다뉴브강 하류 인접국과의 협조하에 수색 범위를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시야르토 장관은 “수백명의 인력을 동원해 수색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수색에 진전은 없지만 안타까운 사고에 다른 국가의 도움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다뉴브강의 유속을 고려할 때 수색작업 범위를 신속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 전일 크로아티아·세르비아·루마니아·불가리아·우크라이나 등에 수색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헝가리 접경국인 세르비아는 경험이 풍부한 잠수부 14∼15명을 투입해 강바닥과 강둑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에 돌입했다. 또 오스트리아는 특수부대인 코브라부대의 구조전문 요원 10명을 부다페스트 사고현장으로 보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특히 과거 실종 사례를 볼 때 루마니아 다뉴브강에 설치된 댐에서 실종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지 공관장이 고위급 인사와 만나 지원을 요청하고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헝가리 경찰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사망자 7명 중 1명의 시신이 사고 발생 당일 오후11시27분께 사고지점에서 하류로 12㎞ 떨어진 지점에서 수습됐다. 사고 발생 2시간20여분 만에 12㎞나 이동한 것이다.
한편 사고 유람선인 허블레아니가 1949년 건조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노후 선박이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헝가리에는 노후 선박의 운항을 제한하는 법 규정이 없어 선령이 70년이나 되는 허블레아니도 출항이 가능했다. 허블레아니를 들이받은 크루즈 ‘바이킹시긴’호 선장은 경찰 조사 후 구금, 체포됐다. 헝가리 경찰 측은 “선장의 과실을 법원 구속심사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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