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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재앙’ 아닌 ‘희망의 메시지’로 볼 수는 없는 걸까

한국의 인구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인구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2017~2067)’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가 2028년 5,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2067년엔 3,90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올 3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보다 9.7% 줄어든 2만7,100명으로 집계됐다. 3월 출생아가 3만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1981년 월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이에 따라 경제 위축, 사회보험재정 고갈, 지방도시의 소멸 등 ‘인구감소’라는 국가적 위기에 대비한 사회시스템 전반의 대개혁이 시급해졌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인구감소 전망을 삶의 질에 중점을 두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감소가 사회나 국가 전체로는 ‘공포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지만 개개인에게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희망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 출생아는 30만9,000명, 사망자는 31만4,000명으로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5,000명 많아지는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다. 3년 전 인구추계에서 2032년이었던 총인구 감소 추정 시점이 3년 빨라졌다.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부양부담이 늘어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유소년,고령인구)인 총부양비는 2017년 36.7명에서 2038년 70명, 2056년에는 100명을 넘어서고 2067년에는 120.2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한국의 총부양비는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최저수준이지만 2065년에는 가장 높아진다. 일할 사람은 줄고 연금 수령자, 의료복지 비용이 늘어나면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재정도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2057년 국민연금 고갈’은 ‘출산율 1.05명’을 가정했을 때의 시나리오다.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다면 고갈 시점은 더 빨라지게 된다.

베스트셀러 ‘인구쇼크’로 유명한 앨런 와이즈먼은 경제를 거덜 내는 것은 인구폭발이지 인구감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진정한 복지나 여유 있는 삶을 향한 인류의 새로운 도약에 필수적인 조건이 바로 적정수준으로의 인구감소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정부나 언론이 걱정하는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경제적 충격이 사실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먼저 노동력 부족의 문제는 터무니없이 과장된 예측이라고 주장한다. 로봇과 AI로 대표되는 자동화로 실업률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젊은층이 줄더라도 노동력이 부족할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건강수준이 높아지는 노인들 가운데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노동력을 보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수준의 일을 하면 오히려 삶의 질이 높은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연금 문제도 쉽지는 않지만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연금 수령시기를 늦추거나 지급률을 줄여 부담을 낮추고 노인이 계속 일하게 해 재정부담을 줄이면 제도 자체가 파탄날 일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인구감소에 잘 적응하고 있는 나라의 사례를 일본에서 찾고 있다. 일본은 2005년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현재 65세 이상이 28%에 이른다. 하지만 일본사회는 장기불황터널을 벗어나며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대졸 취업률이 98%에 이르고 있고 일하고 싶은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찾고 있다. 또 현재 65세인 정년을 70세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한 경제학자는 오늘의 일본상황을 ‘창조적인 인구감소’라고 부르며 “이제는 경제성장보다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구구조상 2027년을 전환점으로 청년 취업난이 풀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또 미래 노동시장의 인력감소 전망은 노인들에게도 일자리 참여의 길이 넓어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한국은 2016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이 45.7%로 OECD국가 중 1위이며 노인자살률도 10만명 당 54.8명으로 역시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정부가 노인빈곤 해결을 위해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의료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고령층을 보호할 사회안전망 확충이 힘든 상황에서 노인들의 노동시장 참여의 문턱이 낮아진다면 고령화에서 파생되는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에 153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한국의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다. 통계청의 인구특별추계결과도 당분간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눈에 띄게 반전시킬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출산율 회복에 목표를 두었던 정부 정책도 근본적 변화를 추구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정부에서도 “그동안 인구정책이 저출산, 고령화를 해결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사회, 경제적 영향을 점검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고민하는데 무게를 둘 것”이라며 정책방향의 전환을 시사했다.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노인복지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대안이 발표될 이달 말이 정책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이정법기자 gb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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