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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대표 행사 ‘서울퀴어퍼레이드’가 1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서울광장 무대에서는 퀴어퍼레이드 개최를 축하하는 공연이 연이어 진행됐다. 축제 참가자들은 자유로운 복장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잔디에 앉아 환호성을 지르며 축제를 즐겼다.
서울광장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기관과 단체의 부스 74개가 설치됐다. 국내 인권단체와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캐나다 등 해외 대사관도 참여했다. 구글코리아 등 기업들과 정의당, 녹색당 등 정당 부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4시부터는 주요 행사인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퍼레이드는 서울광장을 출발해 소공동과 을지로입구역, 종각역을 지나 광화문 앞까지 간 뒤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총 4.5㎞ 길이의 행진이다. 이후에는 서울광장에서 다시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지난 2000년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작됐다. 이 행사는 매해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에는 6만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참가자가 더 많을 것으로 주최 측은 예상하고 있다.
강명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이날 축제 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축제에 반발심을 갖는 분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함께 사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광장 잔디는 전국 각지에서 축제를 즐기러 온 이들로 붐볐다. 성소수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축제를 알고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대학생 윤모(20)씨는 “매년 성소수자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돼온 것에 감사하다”며 “고등학생 때는 공부하느라 바빠서 와보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매년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퀴어축제 참여로는 이번이 세 번째라는 장성호(28)씨는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학교나 직장에서 밝히기는 했었지만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곤 했다”면서 “오늘 축제에서 울리는 커다란 음악 소리가 그런 아픔을 씻어주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참가자 중에는 성소수자가 아닌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김묘진(32)씨는 “한때는 동성애를 ‘악’이라 여긴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만큼 나와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마음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광장 맞은편에 위치한 대한문 광장에서는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열렸다. 집회 참석자들은 ‘동성애 치유·회복이 정답이다’,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입니다’, ‘남녀는 선천적, 동성애는 후천적 성적 지향’ 등이 적힌 팻말과 깃발을 들고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문 광장 건너편 광화문 프레스센터 부근에서도 홀리라이프, 한국성소수자전도연합 등 동성애 반대 단체들이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탈동성애는 인권·생명 사랑입니다’, ‘우리 모두는 엄마·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광화문 일대를 행진했다. 동성애 반대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날 부산에서 왔다는 김승필(51)씨는 “보수단체나 기독교단체가 아무 이유 없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동성애는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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