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한 명이 두 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한 의료법을 위반한 병원에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은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진료비지급보류정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법상 중복개설 금지조항을 위반했더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이 병원이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갖춘 자가 자신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해 환자를 진료한 후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면 중복 개설된 의료기관이라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2012년 8월 또 다른 의사 B씨가 운영하던 경기 안산시 소재 병원을 넘겨받아 진료행위를 하고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이 ‘병원의 실제 운영자는 B씨이고, A씨는 고용된 의사에 불과하다’는 경찰 수사결과를 토대로 “B씨가 다른 병원을 이미 운영 중이므로 A씨의 병원은 중복개설된 의료기관”이라며 2013년 12월부터 지급을 거부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의료법 33조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재판에서는 중복 개설된 병원도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중복 개설된 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중복 개설여부와 상관없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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