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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경제난국, 일자리·사회안전망 확충으로 풀자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동아대 석좌교수

최저임금 인상, 최하위층엔 毒

빈곤층 지원기준 완화는 효과

'일자리 복지' 위해 머리 맞대야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기술의 융합과 혁신속도의 가속화가 특징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거의 모든 선진국이 노동시장 양극화에 따른 소득분배구조 악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1960년대 노동집약적 수출산업의 신장으로 고도성장과 양호한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수출산업의 기술 및 자본집약도가 점차 상승하면서 우리 역시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확산되지 않는 경제구조로 바뀌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2년 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상의 국정목표로 설정했다. 청와대에 일자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함은 물론,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상황판’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는 ‘사람 중심의 포용적 발전’을 국정목표로 제시하면서, 특히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역점을 두어왔다. 기초연금이 확대됐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기준 완화와 지원 수준 역시 크게 개선됐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경제성적표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통계청은 최근 2019년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 소득은 근로소득의 하락으로 인해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행히 중간 소득층인 2·3·4분위 소득이 최저임금 인상과 아동수당과 같은 공적 이전소득 증가에 힘입어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최상위 소득층인 5분위 소득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하락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그리고 일자리 정책과 복지 정책에 관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일자리 창출이 최상의 경제성장 정책이자 소득분배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이들의 생활 수준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주는 복지 정책이자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성장 정책이기도 하다. 정부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하위 소득계층의 소득이 감소한 것은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이 이들 계층의 일자리를 오히려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간 추진해온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책들이 분배 문제를 개선하는 데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빈곤계층을 위한 지원기준 완화와 아동수당 신설은 당사자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가계소득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셋째, 경제 정책은 시장원리에 충실한 방향으로 추진하되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을 보호함은 물론이고 경제 분야에서 시장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선진국인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경우 경제는 철저히 시장에 맡기되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 국민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확실히 보호하고 있다.

1990년대 영국이 ‘복지국가의 위기’를 맞았을 때 당시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는 복지수혜자들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알선하는 ‘일자리 복지(welfare to work)’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당시 외환위기를 겪고 있었던 우리 역시 새로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설계하는 데 있어 이러한 원칙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는 외환위기로 인한 경제난국을 단기간에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올해는 한국 정부가 이러한 ‘일자리 복지’ 개념을 사회복지 정책에 적용한 것을 기념해 매년 9월7일을 ‘사회복지의 날’로 지정한 지 20년 되는 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저성장과 불균형 심화, 그리고 이에 따른 자살률 증가, 출산율 하락 등의 새로운 경제·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국가적 위기의식을 공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명한 국가전략 수립과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일자리 복지’ 구현에 전념하는 새로운 전통을 여야 정치권과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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