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가 3일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12명의 아빠들을 만나 육아의 고충을 듣고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 가족센터에서 육아휴직 중이거나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 아빠들과 ‘아빠 육아휴직’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육아 아빠’를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 여사는 간담회에 앞서 육아 아빠들의 ‘자조모임(self-help group)’에 참관했다. 자조모임에서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몸을 사용하는 놀이가 이뤄지는데, 이번 모임에서는 아빠와 아이가 손을 사용하지 않고 종이컵을 옮기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김 여사는 모임에 참여한 아이들을 차례로 안아주며 아빠들과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가 “아기 키우는 아빠들에게 궁금한 게, 집에 가면 아기가 나(아빠)한테 와요, 엄마한테 가요?”라고 묻자 한 아빠는 “지금 이 사회에서는 할머니한테 간다. 맞벌이가 많아서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김 여사는 “우리 시대에 애를 키울 때 우리 남편의 불만이 애들이 잘 놀다가 잘 때는 나(엄마)만 찾는 거다. 그러면 우리 남편이 너무 섭섭하다는 것”이라며 “제가 여기 온 이유도 (아빠가) 유치원에 가면 ‘왜 엄마가 안 오고 아빠가 왔냐’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게 아니다. 자주 듣다 보면 사회에서 (육아 아빠들을) 보는 편견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왔다”라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 여사는 아빠들과 육아휴직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근무하는 부서의 ‘첫 남성 육아휴직자’였던 신용진(37)씨가 “개발부서 특성상 제가 휴직을 처음 썼다. 부서장, 그룹장의 결재가 빨리 나서 어려움 없이 진행됐고 제가 (육아)휴직을 쓴 이후 저에게 물어보고 용기를 내서 (육아휴직을) 쓴 분들이 있어서 (분위기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자 김 여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육아휴직에 대해 정부 지원을 많이 하고 중소기업에도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하며 “어쨌든 우리 정부에서 아빠들이 이렇게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여성이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아빠가 육아휴직을 내면 본가나 처가나 어르신의 건강 또한 잘 챙기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다음 주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차 방문하는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의 ‘라테 파파(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끄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라는 뜻)’들도 초청돼 각국의 육아휴직 제도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주제로 한 토론도 이뤄졌다. 핀란드 출신 방송인 페트리 칼리올라(34)씨는 “핀란드에서는 면접 때 결혼이나 출산 계획을 묻는 것이 불법”이라며 “남성의 자녀 돌봄 참여가 확대되려면 직장생활에 성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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