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같이 일하던 직원 두 명이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조차 두절된 적이 있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그 둘은 철학과 출신이었는데 한참 후 다시 만났을 때 이야기를 나눠보니 당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오래전부터 철학자들이 던져온 우리 모두의 근본적인 물음일 것이다. 나 역시 평생을 고민해왔지만 점차 나이가 들어가니 무엇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옳은지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오춘기일지도 모르겠다.
중장년기에 10대 사춘기 때와 비슷한 정신적·육체적 변화를 겪는 시기를 오춘기라 부른다고 한다. 사춘기 청소년처럼 신체적 변화와 함께 무력감·우울증 등 감정의 기복이 있는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은퇴를 앞두거나 정년퇴직으로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맞는 시기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노년기에 접어들어 인생을 정리하는 나이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인생 이모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니 이제는 오춘기도 제2의 인생을 위한 과정이다.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모임을 하다 보면 자녀들은 이미 사춘기가 지났고 자신들이 마주한 오춘기에 대해 고민을 토로한다. 나이는 이미 성인이 된 지 오래이지만 진정 성인(成人)이라 할 수 있는지, 신(新)중년인 자신들이 향후 인생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삶을 즐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오춘기의 증상들이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나로서는 오춘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예술이라고 말하고는 한다. 예술을 통해 자신과 마주하며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안타깝게도 나와 같은 기성세대는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받고 자라지 못했고 여유롭게 예술을 즐기지 못했다. 그렇기에 예술활동을 시도하는 것부터가 오춘기를 극복하는 첫 단계일 것이다. 예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하지만 대화 소재로도 무궁무진하다. 사람들과 함께 창의적인 예술활동을 함으로써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삶의 즐거움을 배로 키울 수 있다.
요즘은 시민연극교실이나 시민합창단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직접 연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활동도 있고 회화나 서예·악기연주 등 직접 실연하는 활동도 꽤 많다. 이런 것들이 부담스럽다면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고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예술아카데미를 통해 조금씩 예술과 가까워지는 노력을 해보자. 이렇게 예술로 일상의 활기를 되찾고 인생의 의미를 되짚으며 오춘기를 극복해보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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