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찰의 선거·정치 개입을 수사한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8명을 재판에 넘겼다.
3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는 강 전 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당시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경찰청장, 김상훈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 당시 경찰청 정보심의관은 불구속기소했다.
또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현기환 수석, 박화진 치안비서관, 정창배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모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4명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전 수석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여당과 ‘친박’ 후보의 승리를 위해 치안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정보국에 정보활동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강 전 경찰청장 등 4명은 정보경찰 조직을 동원해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동향’ 등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활동을 지시했다. 이같은 정보활동 결과는 취합 후 별보·정책자료 등으로 작성돼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거쳐 정무수석까지 보고됐다. 검찰은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 전 대통령 등 현 전 수석 윗선의 관여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외에 강 전 경찰청장과 정 전 선임행정관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 중립의무 위반 정보활동을 지시한 혐의로도 공소사실에 들어갔다. 이 전 경찰청장은 2013년 정치 중립의무 위반 정보활동 지시한 혐의를 추가로 받는다. 또 박 전 정보심의관과 정 전 선임행정관 2014년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활동한 혐의, 김 전 정보국장과 박 전 정보심의관은 2016년 언론사 노조 동향 파악, 좌파 연예인 동향 파악 등에 대한 정보활동을 한 혐의도 받는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검찰의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영포빌딩 문건이 촉발시켰다. 이 문건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경찰청에서 자체 진상조사단을 발족했고, 진상조사단이 이 의혹에 대해 지난해 6월 수사의뢰한 데 대해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6월 경찰청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보2과장 2명을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보완수사를 거쳐 이번 수사결과를 내놨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정보경찰 수사는 앞선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기무사령부의 불법행위 수사와 더불어 국가정보기관의 국민에 대한 사찰, 국내 정치 선거 개입 등 반헌법적 행위에 대한 수사”라며 “이번 수사로 국가 정보기관의 반헌법적 행위가 근절되고 민주주의가 더욱 성숙하게 발전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당시 박 전 대통령 시절 정보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박 전 대통령 등 윗선 관여 여부가 추가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경찰청 특수단이 박 전 대통령 청와대 인사들이 경찰에 위법한 정보활동을 지시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데 대해 보완수사를 지휘했다. 특수단의 송치 대상은 이 전 실장과 현 전 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당시 사회안전비서관을 지낸 이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박 전 치안비서관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추가수사 후 6월말까지 재지휘를 받도록 지휘했다”고 밝혔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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