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시의 행위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도시계획을 어기고 있는 꼴입니다. 아무리 명분이 좋다지만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법을 통해 집행하는 것 아닌가요. 지금의 서울시정은 법이 아니라 시장의 생각에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사직2구역 조합 관계자)
대법원으로부터 서울시의 직권해제 조치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사직2 재개발구역이 여전히 논란에 휩싸여 있다.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조합이 재개발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지만 서울시가 아랑곳하지 않고 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판결에서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이유로 한 서울시장의 직권해제 조례는 상위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초월한 것으로 무효”라고 선언했지만 서울시의 초법적 행위는 멈추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서울시의 ‘무리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삽 뜨기 직전 중단된 세운지구는 서울시의 손으로 지난 2017년 사업시행인가까지 냈지만 노포 보존 문제가 불거지면서 올해 말로 사업 추진을 미뤘다. 법 적용 시기의 문제로 정비구역 일몰제에서 제외된 가재울 7구역과 북가좌 6구역, 자양7구역, 방배 7구역 등 4개 지역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일괄해제 가능 여부를 질의한 상태다. 만일 다른 구역과 똑같이 법이 적용된다면 법 단서 조항에도 없는 소급 적용이 되는 셈이다.
서울시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송까지 간 사직2구역은 15년 전부터 재개발을 추진했고 세운지구는 2009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벌써 사업 추진 10년째다. 도시정비구역 일몰제가 생긴 것이 2011년 12월이다. 그 긴긴 시간 수많은 절차와 협의가 있었는데 사업 추진 목전에 와서 사업이 안 된다니 주민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문화유산 보호, 노포 보존, 법 적용의 형평성. 서울시가 초법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지키려는 가치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중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 사업이 지난 십수년 동안 거쳐온 수많은 사회적 협의와 법적 절차를 무시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sep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