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 26명이 사망·실종한 헝가리 유람선(허블레아니) 침몰사고 때 추돌했던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가 사고 전후로 주변 선박들과 어떤 교신도 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사고 당시 주변에서 다른 배를 운항했던 졸탄 톨너이 선장은 2일(현지시간) 헝가리 방송국 TV2와의 인터뷰에서 “교신 라디오를 계속 보고 있었지만 사고 전에 바이킹 시긴호 선장이 라디오 교신을 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추월) 경고나 긴급 구조 등의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허블레아니 침몰 후 무전 채널에 등장한 바이킹 시긴호의 선장이 한 문장을 말하면서 영어와 독일어, 러시아어를 섞어 사용해 의사소통이 어려웠다면서 다른 배들이 교신하는 걸 듣고서 그가 사고를 알게 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TV2는 사고 발생 후 현장인 머르기트 다리에 도착했던 경찰도 언제 사고가 일어났는지를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침몰한 허블레아니호가 속한 파노라마데크의 사주 스턴코 어틸러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주변 선박들은 바이킹 시긴의 교신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달 1일 헝가리 유람선 단체인 ‘크루즈 얼라이언스’가 공개한 추가 사고 영상에서 바이킹 시긴은 추돌 사고 전까지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직진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뒤따라 오는 배는 속도를 낮추면서 앞서가는 배에 추월을 알려야 한다. 설치가 의무화돼있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에는 주변 선박과의 거리도 뜨기 때문에 바이킹 시긴이 허블레아니의 경로를 몰랐을 가능성도 작다는 게 현지 선박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추가 공개 영상에서 바이킹 시긴은 추돌 직후 후진을 해 사고지점에서 수십초간 멈춰선 뒤 운항을 재개한다. 바이킹 시긴이 추돌 직후 다시 운항을 재개해 영상에서 사라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분 50초였다. 바이킹 시긴이 현장에서 했던 구조 조치는 사고 장면을 본 승무원들이 구명조끼 2개를 던진 게 전부였다.
현지 매체 index.hu는 1일 구속된 바이킹 시긴의 선장이 태만과 부주의로 인명 사고를 낸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면 2∼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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