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빚 갚는 골목상권’ ‘가난한 사장님 더 늘었다’. 유명한 영화의 제목처럼 ‘극한직업’ 소상공인의 힘겨운 자화상이다. 하지만 다른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전통시장 콘텐츠’ ‘올인원 관리 플랫폼 O4O 뜬다’. 새로운 환경 변화에 도전한 결과 얻은 값진 성과다.
이러한 상반된 이미지는 소상공인 정책의 지향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책 밑단에 자리한 만큼 더욱 세밀히 챙겨야 한다는 사명감과 더불어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하면 소상공인들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2년간 4차례에 걸쳐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이 최저임금 인상 등 혹독한 환경에서도 자생력을 갖추고 영업 활동을 유지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창업에서 성장·발전, 그리고 폐업까지 폭넓게 대상을 넓혔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36.2%를 차지하는 600만 소상공인. 특히 포용적 경제 성장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 정책에 소상공인에 대한 관심과 대책은 후순위로 미룰 수 없는 과제의 하나다. 공단 역시 이러한 정책 방향을 토대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경영 기반을 마련하고 우리 경제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
광주의 경우 1913송정역 시장이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쇠락의 길을 걷던 전통시장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된 것이다. 냄새나고 칙칙하던 거리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점포에는 활기가 돈다. 예전 같으면 시장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청년 상인들이 저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과 서비스를 들고 나와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 중 한 곳은 흑백 가족사진을 촬영해주는 서비스로 줄 서서 촬영하는 명소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화재 등 갑작스러운 재난에 취약한 시설을 보완하기 위한 전통시장 시설 개선은 필수다. 또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인 교육, 판매 행사, 온누리상품권 발행, 제로페이 보급,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창업과 성장·폐업 분야다. 소상공인 분야에 취업자가 많다 보니 경쟁이 심하고 생존이 어렵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서는 퇴직자들의 주요 창업 아이템인 치킨집이 매년 8,000개 이상 문을 닫는 등 최근 4년간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에 가맹점 간 경쟁이 치열해진 반면 영업비용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렇기에 이왕 창업하려면 ‘준비된 창업’이 돼야 한다. 이론 교육과 함께 점포 체험도 거치게 하고 소상공인들의 새로운 상품 개발, 판로 개척도 지원한다. 혹여 사업이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아 폐업하게 될 경우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돕는 역할도 필요하다. 아이템을 바꾼 재창업을 지원하거나 임금 근로자로의 전환도 돕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의지를 가진 소상공인 개개인이 자기실현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지원을 하고 그 성공이 더 많은 사람에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다행인 것은 그간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지향점을 향한 각 분야의 성과들이 하나둘씩 도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전에 방문한 서울디지털인쇄협동조합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 조합원들의 장점을 부각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명함, 캐릭터 봉투 개발 등 새로운 업무 분야와 판로를 지속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개인의 의지만 있다면 정부의 지원이 마중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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