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걱정스러운 것은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들의 성장 엔진도 식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 감소와 건설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반 토막 났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2만4,539곳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은 4.2%로 전년보다 5.7%포인트나 급감했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제조업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성장률 악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한가한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국민계정 기준연도 개편을 반영해 조정한 결과라는 옹색한 변명이다. 여기에는 한국 경제를 중환자로 만들어놓은 기존의 처방전을 수정하는 대신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놓고도 아집을 버리지 못하니 말문이 막힌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되뇌지만 전문가들은 L자형 장기 침체를 경고하고 있다. 가뜩이나 대외 경제환경은 미중 무역전쟁 등 여러 악재가 가득한 상황이다. 외풍에 맞서려면 산업 구조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투자 유인책 강화 등 안에서부터 먼저 체질 변화로 중무장해야 한다. 근본적 정책변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한번 꺾인 경제성장률은 영영 되돌릴 수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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