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가는 기차’, ‘달의 몰락’, ‘왜그래’ 등 숱한 히트곡을 남긴 김현철이 13년간의 긴 공백기를 깼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는 지난 4월 9~10일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어게인(Again), 학전 콘서트’ 일환으로 단독 공연을 열었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그는 “제 음악을 소구해주는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음악을 할 수 있었다는 고마움을 다시 한번 알았다“고 말했다.
김현철이 지난 23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새 미니앨범 ‘10th -preview(프리뷰)’를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06년 발매한 정규 9집 ‘토크 어바웃 러브(Talk about Love)’ 이후 김현철이 13년 만에 공개하는 정식 신보이자, 올가을 정규 10집 발표에 앞서 선공개하는 미니앨범이다.
1집이 2007년(17위)에 이어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12위에 선정되며 시티팝(City-pop)을 대표하는 음반으로 재조명된 점, 죠지라는 가수가 ’시티팝 디깅 프로젝트’로 김현철의 기존 발표했던 곡 ’오랜만에’를 하겠다며 연락이 온 점이 그를 다시 한번 음악의 세계로 천천히 걸어나오게 했다.
“어느 날 한 기자 분의 연락을 받았는데, 요즘 City Pop(이하 시티 팝)이란 장르가 유행이라 하더라고요. 일본에서 제 노래도 재조명된다고 하고요. 놀랐죠. 그때까지만 해도 죠지를 잘 몰랐는데 노래를 들어보니 좋더라. 이후 죠지와 함께 무대에도 서게 됐고. 그게 작년 5월 쯤이었는데, 그 때 다시 음악 해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그는 ”사실 시티팝이 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퓨전 재즈, 컨템퍼러리 재즈가 유행한 걸 일본에서 가져가 시티팝이란 장르를 만든 것 같다. 보통 음악이 나온 뒤 미디어가 장르를 규정짓지 않나. 지금 와서 보니 그 당시 음악을 요즘 시티팝이라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9집 이후 음악이 재미 없어진 김현철은 “음악이 재미있어지는 데도 이유가 없지만 재미없어지는 데도 이유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13년 동안 뭐했냐고 하시는데, 사실 음악이 재미가 없었어요. 악기도 다 후배 주고 팔아버리고 그랬거든요. 그렇게 음악 일상과 거리를 뒀어요. 다행스럽게도 나는 방송 DJ 하고 있었고, ’복면가왕’도 나오고 있어서 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고, 그러다 오늘날까지 오게 된 거죠.”
김현철은 “10집까진 꼭 내고 싶었기에 마지막 정규 앨범이란 마음가짐으로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타이틀곡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는 그룹 마마무 화사와 휘인이 듀엣으로 참여했다. 마마무 소속사 대표 김도훈은 김현철과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인연이 있다.
김현철은 화사와 휘인이 중학교 때부터 단짝이란 얘기를 듣고 가사의 모티브를 얻었다. 한 사람을 마음에 담은 두 여자가 마치 대화하듯 속내를 얘기한다.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와 함께 더블타이틀곡으로 낙점된 ‘드라이브 (Drive)(feat. 죠지)’는 마치 맑은 하늘과 시원한 봄바람을 연상시키는 트랙으로, 듣기 좋은 청량한 사운드와 김현철, 죠지의 매력적인 음색 조합이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김현철이 직접 가창에 참여한 ‘열심’을 비롯해 ‘투나잇 이즈 더 나잇 (Tonight Is The Night)(feat. SOLE)’, ‘웨딩 왈츠 (feat. 옥상달빛)’까지 총 다섯 트랙이 새 미니앨범 ‘10th -preview(프리뷰)’에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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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더블 앨범으로 낼 10집에는 최백호, 새소년, 정인, 박정현, 백지영, 박원, 오존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그때는 앨범을 LP와 카세트테이프, CD로 모두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3집까지 LP로 냈는데 그때 기분이 그리웠다.“ 며 ”예전부터 앨범을 내면 LP를 꼭 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정규앨범 형태에 얽매이는 건 10집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래서 “”10집을 내면 캐비넷에 넣고 닫아버릴 생각”이단다. “앞으로는 싱글을 내든, 50분짜리 곡을 내든 자유롭게 창작하고 싶어요. 큰 숙제를 한 기분이죠.“
김현철은 스스로를 ‘가수’가 아닌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자기 음악을 하는 밥 딜런도 뮤지션이라 하지, 싱어라고 안 하잖아요. 전 누가 부르든 제가 작곡한 건 모두 제 음악이라 생각해 이런 작업 형태가 마음에 들어요. 제가 오늘날 만든 앨범이 30년 뒤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요. 그때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잘 만들어야 하는구나‘ 생각하죠. “
“30년이 지나고 나니 ‘음악은 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들 때는 내 음악이더라도, 발매되고 나선 듣는 사람들의 음악이구나 싶었죠. 학전 공연 끝나고 예순이 넘으신 분이 제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셨다는데 너무 감동이었어요, 이젠 내 음악을 들어줬던 사람을 위해서 진짜 음악을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앨범 발매와 동시에 ‘김현철 테레비’란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눈길 가는 신인들을 소개 할 예정이다.
“저희 소속사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회사 대 아티스트로 관련이 되면 어떤 말도 조심스럽게 되거든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 가수들에게 힘이 됐으면 해요. 음반 다 준비해놓고 못낸 가수들이 많잖아요. 30년 음악을 해오니까 프로듀서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이제 서서히 놔줘야 할 때가 된거죠. 내가 음악의 일거수일투족을 컨트롤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사진 제공=FE엔터테인먼트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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