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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 당뇨병 환자엔 득보다 실 커요"

■대한당뇨병학회, 주의 당부

장시간 공복으로 저혈당 위험↑

메뉴 제한 없이 마음껏 먹으면

혈당조절 어려워져 권장 안 해

한다면 당뇨인 맞춤형 메뉴로

절제된 세끼가 가장 좋은 방법





대한당뇨병학회가 당뇨병 환자의 간헐적 단식, 시간제한 다이어트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저혈당에 빠지거나 혈당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환자의 간헐적 단식 시 주의사항’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간헐적 단식을 권장하기는 어렵다”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문의와 상담 후 식단 조절 등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간헐적 단식은 원래 특정일에 음식을 거의 먹지 않거나 아주 조금 먹다가 정상적인 식사로 돌아가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최근에는 시간제한 다이어트라고 해서 하루 중 일정 시간, 가령 정오~오후8시까지는 자유롭게 식사하되 나머지 시간은 금식하는 방법을 많이 이용한다. 허용된 시간에는 먹고 싶은 것을 모두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 다이어트 방법을 당뇨병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할 경우 저혈당 위험이 증가하고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출처: ‘한국당뇨병예방사업’의 당뇨병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중재(개선) 프로그램


◇30세 이상 7명 중 1명이 유병자…37%는 환자인 줄 몰라

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꼴인 502만명(남 268만명, 여 233만여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양하고 치명적인 합병증 때문에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당뇨병을 앓는 사람 가운데 37%는 자신이 환자(유병자)라는 것을 모른다.

또 남자 환자 268만명 중 약 40%(106만명)는 ‘혈관 건강의 적’인 담배를 계속 피웠고 남녀 환자 3명 중 2명은 하루에 30분도 걷지 않는 등 건강관리에 매우 소홀했다. 혈당 조절이 잘 되는 환자는 4명 중 1명에 그쳤다.

인슐린 분비를 늘리는 약을 먹고 있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는 당뇨병 환자에게 장시간의 금식은 실신·쇼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라면 몸에서 칼륨이 고갈되는 케톤산증이라는 심각한 급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저혈당은 혈액 속 포도당(혈당)의 농도가 정상보다 매우 낮은 상태(70~50㎎/㎗ 이하)로 공복감·떨림·오한·식은땀 등 다양한 증상을 수반한다. 식사를 안 했거나 늦어진 경우 허기를 느끼고 손이 떨리고 기운이 없어지며 식은땀이 난다. 심하면 실신·쇼크 등을 유발, 장시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거나 사고를 당해 사망하기도 한다. 당뇨병을 앓는 운전자가 갑작스런 저혈당으로 정신을 잃어 교통사고를 내거나 수면 중 의식을 잃어 뇌 손상으로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그 예다. 국내 당뇨병 환자 중 저혈당 상태에서 의식을 잃거나 혼수상태에 빠지는 ‘저혈당 쇼크’ 발생률은 1%가량 된다.

물론 저혈당이 온 경우 대부분은 당분을 적절히 보충하면 10~20분 안에 정상으로 회복한다. 저혈당은 너무 많은 용량의 인슐린 주사를 맞았거나 먹는 혈당강하제를 과도하게 복용한 경우, 운동을 갑자기 많이 한 경우에도 찾아올 수 있다. 김병준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저혈당 위험·빈도를 낮추기 위해 저혈당 위험이 적은 당뇨병 치료제를 선호하지만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려 할수록 저혈당 빈도가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준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한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 관리와 저혈당 대처요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길병원


◇설탕·소금·포화지방 많이 들어간 음식 자제해야

당뇨병 환자가 허용된 식사 시간에 과식·폭식을 하거나 당지수가 높은 음식들을 과다섭취하면 혈당조절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높이는 음식을 자제하고 식사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식단 제한 없이 먹고 싶은 것을 모두 먹을 수 있다’는 간헐적 단식의 일반론을 확대 해석한 결과다. 간헐적 단식을 하더라도 당뇨병 환자 맞춤형 단식을 해야 한다. 설탕·소금·포화지방이 많이 들어간 햄·소시지·햄버거·피자·과자·초콜릿·빵·아이스크림·케이크·탄산음료·휘핑크림·믹스커피와 라면·자장면·짬뽕·우동 등 면류(특히 국물), 국·찌개·탕류 등과 간식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허용된 식사 시간의 과식은 체중을 늘릴 수 있고 간헐적 단식을 중단했을 때 요요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장시간 공복은 소화기 질환자의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학회는 “혈당 조절을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영양소를 골고루, 그리고 정해진 양의 식품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며 “간헐적 단식은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권장하기 어렵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대신 “하루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면서 저녁 늦은 시간대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게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공복혈당장애라면 오후7시 전에 저녁 식사를 하고 이후에는 되도록 음식을 먹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식후혈당장애라면 전체적인 식사량과 단순 당 섭취를 줄이고 식후에 달달한 커피·과자·디저트를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회는 또 당뇨병 환자가 간헐적 단식을 하고 싶다면 사전에 주치의에게 해도 되는지, 단식 과정에서 저혈당 발생 위험이 있는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저혈당 예방을 위해 약 복용법을 변경해야 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식단을 상의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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