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차별은 직장·가정 등 일상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양성평등 정책도 일상생활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첫 ‘젠더 전문인력’으로 임명된 정현지(사진) 도봉구 젠더전문관은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평등 정책을 구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의무이고 과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성차별과 성희롱의 문제는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피부로 느끼는 문제인 만큼 구체적이고 상세한 성 평등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성 평등의 문제를 다두려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세대에 따라 성 인지 감수성이 달라 나이 든 사람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발언도 젊은 사람들은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공교육을 벗어나면 젠더 문제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고 중앙정부의 정책 또한 일상으로 침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성평등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기 위해 젠더 보좌관을 두는 지방정부가 늘고 있는 이유다. 지난 1월 서울시는 시장 직속으로 젠더 정책을 보좌할 젠더 특보를 신설하고 임순영 전 국회사무처 보좌관을 임명한 바 있다.
정 전문관은 도시재생·마을자치 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양성평등 정책도 ‘일상 친화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거버넌스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젠더 거버넌스는 지역 마을공동체와 연결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며 “도봉구는 시민단체가 활성화돼 있어 젠더 거버넌스를 구성하기에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전문관은 서울시가 시행하면서 논란이 된 ‘공무원 여성 당직제’에 대해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야간에 공공기관을 찾는 남성 민원인들로부터 성폭력·성추행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언젠가는 (양성이) 숙직을 같이 해야 하겠지만 신체적인 차이뿐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도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여성 당직 문제를 차별이 아닌 차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 전문관은 “여성 공무원의 경우 야간 당직 대신 토·일요일 및 공휴일에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근무하는 일직제도를 하고 있다”며 “성별의 차이를 배려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정 전문관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우송대·한서대에서 여성학과 사회학을 가르쳤으며 이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과 인천여성가족재단에서 지자체의 성평등 정책을 기획·연구·지원했다. 도봉구의 젠더전문관은 임기제 다급으로 7급 상당이다. 정 전문관은 “성 인지 정책을 잘 수립하고 시행하기 위해 특별히 자리를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구정 전반에 성평등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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