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미주 최초로 성인 불법체류자에게도 의료보장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동안 멕시코 국경장벽과 불법이민자 단속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이번 정책 도입을 계기로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이날 19∼25세 성인 불법체류자 일부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2019년 주 정부 및 연방정부 세금 2,130억달러 (약 252조4,600억원) 지출계획에 합의했다. 이 제도는 주 의회의 공식 승인을 거쳐 오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반(反)트럼프 성향의 개빈 뉴섬 신임 주지사가 지난 1월 취임과 동시에 추진해온 이 제도는 미국의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이드’에 일부 불법체류자를 포함시켜 의료보장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메디케이드는 소득수준이 빈곤선(최소 생활이 가능한 소득수준)의 65% 이하인 저소득층에게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공동으로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당초 주 의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의료보장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캘리포니아 내 성인 불법체류자 180만명 모두에게 혜택을 부여하자고 주장했지만 34억달러(약 4조원) 가까이 되는 비용 부담을 감안해 약 9만명으로 대상자를 추리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과 정면 충돌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주의 불법체류자 보호도시 정책을 줄곧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의료보장 혜택은 연방정부기금이 아닌 캘리포니아 주 정부 예산으로 운용돼야 하는 만큼 약 30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추가 세금 부담을 우려하는 주 내부의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만일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불법체류자가 더 몰리면 납세자의 부담은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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