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북미공동성명 1주년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을 돌렸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이중적 태도가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선 북한의 대미 전략 방향이 수정될 수 있는 데 그러한 상황에 대한 준비작업이라는 지적이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안한 것보다 못한 국제연단’ 제목의 논평에서 “조미(북미)회담과 관련해 세계가 바라는 것은 우리의 선의적이며 주동적인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이며 ‘새로운 계산법’으로 협상 재개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미국의 실천적인 노력”이라고 꼬집었다.
이 매체는 “제2차 조미수뇌회담이 파탄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며 “우리는 6·12 조미공동성명 발표를 전후로 하여 중대하고도 의미 있는 조치들을 주동적으로 취했으며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을 위해 미군 유골송환문제를 실현시키는 아량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또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보다 진중하고 신뢰적인 조치들을 취할 결심도 피력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신뢰할 만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전혀 실현 불가능한 것들만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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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앞서 지난 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도 물밑에서는 친서 외교를 이어가는 이중적 행태를 김 위원장의 조급함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평가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친서 외교는 북한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연말까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시한을 못 박았고 북한 선전 매체들도 미국의 태도변화 얘기하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건 북한이 그만큼 시간이 없다는 조급함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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