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이 12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전파를 막기 위한 비상 방역이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달 말 중국 접경 지역인 자강도 농장에서 발병한 사실을 국제사회에 공개한 후 침묵을 이어가던 북한이 결국 주민들에게 비상방역 상황을 대대적으로 알린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 국경을 넘은 후 빠르게 남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으로, 우리 방역 당국의 긴장감도 확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北, 철저한 소독·국경 검역 강조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방역이자 생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국 각지에서 전염성이 대단히 높은 비루스(바이러스)성 질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수의비상방역사업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농업성 수의방역 부문 일군(일꾼)들, 여러 성, 중앙기관과 도, 시, 군 책임 일군들은 축산물생산의 안전성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조직사업을 빈틈없이 해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속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개념과 위험성, 세계적인 발생동태, 방역대책에 대한 해설 선전사업이 여러 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신문은 “축산 단위들에서는 비상방역 표어들을 게시하고 외부인원차단, 수송수단과 돼지우리들에 대한 철저한 소독 등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대책이 세워지고 있다”며 “상업, 보건, 품질감독부문을 비롯한 연관 부문들에서도 돼지고기와 가공품의 류동(유통)과 판매를 금지 시키는 등 수의비상방역사업에 떨쳐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축산 방역 강조를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거론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축산에서는 방역이자 곧 생산”이라고 말했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성 질병이 퍼지면 품 들여 꾸려놓은 원종장, 종축장들과 현대적인 축산기지들, 협동농장들의 공동축산단위와 부업 축산을 하는 개인 세대들에서 집짐승들이 무리로 페사(폐사)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형 농장 뿐 아니라 돼지를 기르는 일반 가정에도 경각심을 가질 것으로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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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국경 검역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노동신문은 “축산과학연구부문 일군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며 “국경검역사업을 강화하여 전염성이 강한 질병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ASF, 빠른 남하…韓도 비상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따르면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 달 23일 중국 국경에 인접한 자강도 우시군 북상 협동농장에서 신고됐고, 이틀 후인 25일 확진됐다. 농장에서 사육하던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려 폐사했고, 나머지 22마리는 살처분 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후 북한은 추가 발병 사실 등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이미 자강도와 마찬가지로 중국 국경 지역인 평안북도와 양강도 등지에서 돼지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폐사 원인도, 방역의 필요성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심각성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나선 것은 더 이상 침묵으로 대응하다가는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측으로 빠르게 확산 되고 있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방역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미 지난 5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개성까지 남하했을 것으로 가정하고 방역에 임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이 총리는 지난 8일 강원 철원의 민통선 지역을 방문, “이번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며 “차제에 양돈을 포함한 축산 자체가 크게 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대에는 “민통선 지역의 멧돼지 차단 방역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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