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가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새 노트북 출시 계획을 포기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뒤 화웨이가 제품 출시를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메이트북 시리즈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미 상무부의 조치로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컴퓨터를 공급할 수 없게 됐다”면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새 노트북이 나중에라도 출시될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위 CEO는 블랙리스트가 얼마나 지속할지에 달렸다며 제재가 오래 이어진다면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화웨이의 사업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통신장비 부문이지만 지난해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웨어러블 기기 등을 포함하는 소비자 사업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화웨이는 애플과 HP를 넘어 세계 최대 PC 메이커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앞서 화웨이는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가 되겠다는 목표 달성 시기도 미국의 제재 때문에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샤오양 화웨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전날 상하이에서 개막한 ‘CES 아시아’ 기조연설에서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4·4분기 1등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좀 더 오래 기다리게 됐다”고 말했다.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로 올라선 화웨이는 2020년까지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1위 자리에까지 오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0%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화웨이는 18%로 2위였다. 하지만 미 제재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지 못하게 될 상황에 직면한 화웨이는 자체 운영체제 개발에 돌입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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