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스터 션샤인’과 JTBC ‘SKY 캐슬’(이하 스카이 캐슬)으로 호평을 얻고, 데뷔 18년만에 첫 주연 작을 만나 악역에 도전한 배우 김병철이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의 새 역사를 썼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극본 박계옥·연출 황인혁)서 서서울 교도소 의료과장 선민식 역을 연기한 김병철은 나이제(남궁민)와 이재준(최원영) 사이에서 뛰어난 생존력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김병철은 그가 연기하는 선민식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해 그간 없었던 새로운 악역 캐릭터를 구현해냈다. 극 초반부터 몰아친 악행에 회를 거듭할수록 드러나는 비리, 비틀린 욕망에서 시작된 권력을 향한 끝을 모르는 집착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데뷔 18년 만에 첫 주연을 맡았지만, 부담보다는 기대감을 안고 작품에 임했다.
“높은 시청률이 나와 감사한 마음이 크다. (주연은)예전부터 늘 생각해왔고, 기다려왔다. 작품에서 좀 더 많은 표현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드디어 만났다는 게 기뻤다. 아무래도 주연이라는 것은 표현해야 하는 지점이 많다. 극 안에서 만나는 배우들과의 관계를 보다 디테일하게 바라보고, 하는 일도 많고 작품 자체를 관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선민식은 엘리트 선민의식으로 가득 찬 내과 의사이자 재벌과 손을 잡고 권력을 가지려는, 비리로 인생을 살아온 인물.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의 등장으로 자신이 지켜온 왕국에 균열이 생기자 그를 견제하기 시작한다. 언뜻 보면 JTBC ‘스카이 캐슬’에서 연기한 ‘야망의 화신’ 차민혁과 비슷한 면이 보이기도 한다. 김병철 역시 이 부분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비슷한 캐릭터”, ”똑같은 연기“는 없다. 김병철이 작품에 접근하는 태도이다. 김병철은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두 캐릭터에는 차이점이 있음을 짚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유연함’이다.
김병철은 “선민식에게는 차민혁에게는 없는 유연함이 있다”고 했다.
“권위적이면서도 유연한 선민식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선민식에게는 원래 갖고 있던 선민의식은 물론, 욕망을 위해서라면 자기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던 사람들과 손을 잡을 수 있는 정도의 유연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선민식 같은 경우 자기가 하는 행동이 법에 어긋난다는 걸 명확히 알지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속도감 높은 대본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
’닥터 프리즈너‘는 초반 나이제와 선민식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 극 후반부에서 이재준이 활약하면서 삼자 대결 구도로 변화한다. 이에 김병철은 ”양자구도에서는 단순했던 세력의 다툼이 삼자구도에서는 풍부하게 드러날 거라고 예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실제 드라마에선 후반부로 가며 인물들 간의 대립각이 단순화되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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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으로 갈수록 선민식 쪽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무게 중심을 못 이룬 것 같다. 양자구도는 시소처럼 왔다갔다만 하는데 삼자구도는 더 다양한 긴장감을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제와 선민식과 대립구도가 완전히 이동할 때 약간은 아쉬웠다. 하지만 작품 외적인 환경을 고려했을 때 최선의 상황이었다. 감독님은 물론 작가님은 집필에 여유가 없으셨을 텐데 최선을 다해주셨다.”
김병철은 전작들이 연달아 높은 시청률과 호평을 얻으며 ’흥행배우‘ ‘흥행요정’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그는 “그런 작품들에 어쩌다 보니 가 있던 거지 제가 끌고 온 것이 아니다. 그저 운이 좋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전작들이 흥행을 한 건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가 있기 때문에 붙는 말이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떤 한 작품이 특별히 더 소중하다고 말 할 수 없다. 절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소중한 작품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모든 작품이다’고 말 할 수 있다. 배우는 전작에 분명 영향을 받는다. 그 중에 하나라도 없었다면, 제가 이 곳에 없었을 것 같다.”
그는 ”선민식이 뱀같이 느껴진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릭터를 다시 활용해보자 는 생각을 했다”고 배우로서의 노력에 대해 털어놨다.
”선민식이 뱀 같다는 얘기, 저도 선민식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기에 그 표현이 참 인상 깊었다. 제가 생각한 것들이 시청자들과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깊었다.“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 온 그는 언젠간 “평범한 가장, 직장인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는 바람을 밝혔다. 그를 더욱 자극 시킨 배우는 ‘스카이 캐슬’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최원영이었다. 강력한 캐릭터로 밀어붙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제 역할을 하는 인물. 그가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 ’스카이캐슬‘의 황치영 같은 경우는 아주 선한 부분이 부각된다. 배우가 굉장히 연기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홀로 뚝심을 지켜야 했던 인물이었으니까. 최원영 씨가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저런 인물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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