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도시는 약 5,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형성된 수메르였다. 도시 형성과 함께 계급 사회가 만들어지면서 빈부 격차가 발생했다. 이와 함께 지적 활동과 창의적 행위의 복합체인 문명이 탄생했다. 도시의 유래를 되짚는 것은 곧 문명의 역사를 파악하는 일이다.
‘도시의 세계사’는 제목 그대로 세계 각국에 흩어진 도시를 중심으로 인류 역사의 큰 그림을 스케치한다. 저자인 데구치 하루아키는 일본 라이프넷생명보험의 대표이사와 리쓰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학교 학장을 겸하고 있는 독특한 프로필의 소유자다. ‘일에 써먹을 수 있는 교양으로서의 세계사’ ‘세계사 속 10인’ 등 다양한 대중 역사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은 뉴욕·런던·파리·로마·카이로·이스탄불·베를린·베이징·델리·사마르칸트 등 10개의 도시를 오가며 독자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비록 수도의 자리를 앙카라에 내줬으나 현재까지도 터키 최대의 경제 도시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스탄불, 프랑스혁명을 통해 세계 최초의 공화국 수도로 자리매김한 파리 등의 역사적 기원이 다양한 도표·사진 자료와 함께 펼쳐진다.
책을 찬찬히 읽다 보면 뉴욕이나 파리·런던처럼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도시들도 새롭고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를테면 별생각 없이 ‘월스트리트’ 또는 ‘월가’라고 불렀던 그 이름이 실은 17세기에 뉴욕에 정착한 네덜란드인들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쌓은 성벽(wall)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식이다. 1877년 런던 교외의 윔블던에서 시작된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 선수권에 관한 뒷이야기를 영국인들 특유의 사고방식과 결부해 설명한 대목도 흥미롭다.
저자는 ‘국경이 점차 사라져 가는 오늘날 세계 70억 인구의 보금자리인 도시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깊이 있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며 ‘그 여정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1만6,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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