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다툼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문제와 관련한 주한 미중 대사들이 경쟁적으로 우리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주재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양국의 대사가 물밑이 아닌 공개적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해리 해리스 대사가 본국으로 소환된 상황에서 지난 13일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까지 국회로 파견해 한국의 반화웨이 캠페인 참여를 촉구했다. 중국도 전날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국회에서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나 “기본적으로 민간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한국이 민간기업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외국 공관 대사의 메시지를 관리해야 하는 정부의 모호한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화웨이 문제와 관련해 미중의 압력이 공식화되면서 논란이 커지자 기업의 자율을 존중하면서 보안 영향이 없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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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펠로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국가 간 외교적 사안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최상의 대응”이라며 “미중 관련 지원반을 이제 구축한다고 하는데, 때늦은 감이 없지 않고 외교 방향성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주권국가인 한국의 입장을 살펴야 하는 외국 공관의 대사가 화웨이 문제와 관련해 연이어 우리 정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서면서 일각에서 2006년 사드(THAAD) 사태 때처럼 내정간섭 논란이 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추 대사는 2016년 사드 배치 논란이 불거지자 “사드를 배치하면 한중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고 밝혀 당시 한중관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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