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희호 여사의 장례식이 14일 사회장(5일장)으로 엄수됐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배우자를 넘어 평생의 정치적 동반자로 평가되는 고인은 국립현충원에 위치한 김 전 대통령의 봉분 옆에 안장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많은 정계 인사들과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이 여사의 장례 행렬은 이날 오전6시30분 서울 연세대세브란스병원에서 발인식을 마친 뒤 고인이 생전에 장로를 지낸 신촌 창천교회로 이동했다. 고인과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의 아들 김종대씨가 영정사진을 들었고 김홍업씨와 삼남 김홍걸씨 등 유족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장례 행렬은 동교동 사저와 김대중도서관 집무실도 방문했다.
장례 행렬은 곧이어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으로 이동해 추모식을 가졌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사를 통해 “우리는 이 시대의 위대한 인물을 잃었다”며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헤쳐오신 여사님의 생애를 두고두고 기억하며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겠다”고 애도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이 여사는 대한민국 여성운동의 씨앗인 동시에 뿌리였으며 또한 한평생 민주주의 운동가”라며 “이 여사의 강인함과 인내는 우리 모두에게 큰 감동을 줬다”고 추도했다.
각 당 대표들의 추도사도 이어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원한 동행을 해온 동지였던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영면하기 바란다”고 말했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일평생 오롯이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의 길을 걸었던 이 여사의 영전에 깊이 머리 숙여 애도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 여사가 쓴 역사는 대한민국에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했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이 땅에 최초로 민주정부의 문을 열 수 있었던 원천은 당시에는 특수했고 지금은 보편적 가치가 된 그 굳센 신념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힘이었다”며 추도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한반도 평화의 초석을 다지는 길을 멈추지 않았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전도 대독됐다. 김 위원장은 김덕룡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대독을 통해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남북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해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추모 영상과 유가족들의 헌화 및 분향 등으로 이날 한 시간가량 진행된 추모식이 끝난 후 유족들은 김 전 대통령 묘역에서 장례위원 등 100여명과 함께 안장식을 가졌다. 고인이 안장된 자리는 김 전 대통령 묘역 봉분 옆이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