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새 주인인 ‘보니’를 만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원래 주인 ‘앤디’가 대학 입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면서 장난감들을 이웃의 어린 소녀인 보니에게 맡긴 터였다. 하지만 큰 상자가 넉넉히 채워질 만큼 많은 인형을 선물 받은 보니는 우디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우디는 보니의 무관심 속에 옷장에만 처박혀 있으면서도 ‘주인을 기쁘게 만드는 것이 장난감의 사명’이라는 믿음으로 소녀를 행복하게 해줄 방법만 고민한다.
20일 개봉하는 ‘토이 스토리 4’는 시리즈를 관통하는 ‘만남과 이별’의 모티프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며 픽사의 명성에 걸맞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곳곳에 포진한 유머는 높은 타율로 관객의 폭소를 유발하고 캐릭터들의 모험은 짜릿한 쾌감으로 가득하다. 2편까지 등장하고 자취를 감춘 인형인 ‘보핍’의 전사(前史)를 담은 프롤로그 역시 픽사의 또 다른 걸작 ‘업’의 도입부처럼 한 편의 단편영화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짜임새 있는 완결성을 자랑한다. 우디·버즈·제시·슬링키 등 익숙한 캐릭터들은 새로운 친구와 함께 좌충우돌하며 시리즈의 세계관을 더욱 단단하게 구축한다.
연출을 맡은 조시 쿨리 감독은 사춘기 소녀의 변화무쌍한 심리를 묘사한 ‘인사이드 아웃’의 각본가 출신답게 섬세한 캐릭터 조형술과 능숙한 완급 조절 능력을 보여준다. 1995년 첫선을 보인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미국 아카데미 특별공헌상, 로스앤젤레스(LA) 비평가협회 애니메이션상, 골든 글로브 작품상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빛나는 업적을 쌓으며 픽사가 ‘애니메이션 명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시리즈가 3편 이후 다시 관객들과 만나는 것은 9년 만이다.
픽사가 창조한 수많은 작품이 그렇듯 이 영화를 끝내 가슴 찡한 명작의 반열에 올리는 것은 ‘성장’이라는 닳고 닳은 테마를 실어나르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태도다. 사람이든 인형이든 ‘토이 스토리 4’를 이끄는 캐릭터들은 만났다가 헤어지고, 작별했다가 재회하는 삶의 수레바퀴 안에서 어느새 훌쩍 자라난다. 누군가는 마치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미지의 장소로 떠나는 결단을 감행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쉬움을 억누른 채 친구의 앞날을 축복한다. 언뜻 주인공들의 여정을 방해하는 악역처럼 보였던 불량소녀 ‘개비개비’가 감춰온 상처를 드러내는 순간은 영화의 결을 한층 깊고 풍부하게 만든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흥겨운 삽입곡은 이렇게 노래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리, 넌 나의 친구야.’ 어떤 면에서 ‘토이 스토리 4’는 차분한 심사숙고를 통해 이 노랫말이 언제나 합당한 진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관계가 변화하는 것은 결코 이상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님을, 누군가를 깊이 아끼고 사랑해도 언젠가는 관계에 매듭을 짓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음을 더없이 따스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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