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체제 들어 첫 방북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시 주석이 방북을 결정한 것은 날로 격화되는 미중 패권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 중단을 외교적 성과로 과시하고 있는 만큼 시 주석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해 미국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김 위원장의 거듭되는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은 이달 말 열릴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북중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서경펠로)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시 주석이 그간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방북을 안 했는데 최근 미중 상황이 격화되면서 미국이 중국의 역린인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홍콩 문제까지 건드리자 공세적으로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 2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되고 4월 북러정상회담까지 큰 실익 없이 끝나면서 인민들에게 보여줄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시 주석이 방북해 북한이 그간 주장해왔던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강조할 경우 김 위원장의 권위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이 북한에 지원을 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북한 선박인 와이즈어니스트호를 압류하는 등 정권의 목줄을 직접 조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경우 김 위원장에게는 큰 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중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미 및 남북 대화 재개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전망된다. 신 센터장은 “시 주석의 방북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며 “결국 북한의 협상 레버리지를 높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완고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얻을 실익이 없기 때문에 시 주석이 방북을 계기로 방한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청와대 역시 시 주석의 방북 사실과 관련해 “G20 정상회의 전후 시 주석의 방한 계획은 없다”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중국은 정상회담을 갖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구체적인 일시에 대해서는 협의 중에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중이 밀착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때 모호한 입장을 취할 경우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성욱(서경펠로) 고려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면 미중 양쪽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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